여성운동에선 너무도 빈번하게, 단지 적절한 페미니스트 수사를 차용하는 것만으로 자신은 성차별적인 생각에서 자유롭다고 가정했다. 그것은 더욱이, 피억압자로 자신을 동일시하는 건 자신이 억압자와는 무관하다고 가정했다.
-벨 훅스(bell hooks, 1980:9)
-벨 훅스(bell hooks, 1980:9)
한땐 정치적으로 올바르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정체성을 취해야 하는가 하는 얘기들이 있었다. 페미니스트면서 레즈비언이고 채식을 하고 환경운동을 하고 등등. 페미니스트, 혹은 정치적인 올바름의 측도라는 말로, 이런 기준들을 말하곤 했다. 이런 말이 단순히 농담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겐 심각한 상처를 주었을 정도로 진지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어떤 의미에서 이런 식의 분류기준에 나는 거의 다 속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올바르냐면 그렇진 않다. 채식을 한다는 것이 올바른 행동은 아니며, 어떤 식의 페미니즘 운동을 하는지 말하지 않고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로 정체화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가장 올바른 정치학을 실천하고 있다고 쉽게 단언할 수 없으며, 내가 트랜스젠더 혹은 레즈비언 트랜스라고 해서 내가 가장 억압받는 위치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트랜스라는 나의 상황이 내 모든 삶의 다른 모든 상황을 압도할 정도로 절대적일 수도 없다.
누군가의 상황이 정치적 올바름의 지표/기준이 되는 건, 끔찍한 일이다.
음..
생각해 볼 문제에요.
특정 정체성을 윤리적 ‘올바름’으로 규정하고,
그 이외의 것들을 경멸하는 태도로는
소통 불능일테니.
..그런데 그런 장면들은 많이 보았단 말이죠..
그러니까요. 이런 태도를 너무 자주 접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자주 당황스럽고, 때로 상처를 받고요.
그러면서도 저 자신은 잘 하고 있는가, 란 질문엔 자신이 없어요..ㅠㅠ
저도 벨 훅스의 저 말에 정말 공감했었어요. 사람은 누구나 피억압자인 동시에 억압자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냥 자신은 피억압자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그렇게 자기가 억압자일 수도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는 게 참 위험한 것 같아요.
완벽하게 올바를 수는 없지만, ‘나 자신은 잘하고 있는가’ 하고 돌아보는 것 자체가 참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해요.
강의를 하거나 글을 쓸 때마다 두려운 게, ‘나도 제대로 못 하고 있으면서..’란 말이 떠오를 때예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