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치

아무리 봐도 이 사진은(부분 캡쳐 한 것) 오바스럽지만 지금 데리고 있는 아해는 이렇게 생겼지요. “sens Q 45C” 고요. 아직은 무척 잘 사용하고 있어요.

이 아해의 이름을 정하는 게 고민이었지요. 첨엔 간단하게 “까망”이라고 붙일까 하는 상상도 했고, “플루토”라고 부를까 하는 고민도 했죠. “까망”은 노트북이 까만색이라 지은 것. -_-;; “플루토”는 요즘 인기 있는 만화 제목을 딴 건 아니에요. 고양이 이름이죠. 혹시 고양이 이름으로 플루토 하면 떠오르는 게 없나요? 맞아요. 에드가 앨런 포의 소설 [검은 고양이]에 등장하는 고양이의 이름이 플루토죠.

하지만 다른 이름을 더 고민하기로 하고, 이런 저런 상상을 하다가, 어쩔 수 없이 최근 저의 관심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이름들이 떠오르더라고요. 그렇게 두 가지 이름을 두고 고민을 했어요. “리세”와 “후치”. 만약 누군가가 “리세”란 이름을 듣고 출처를 바로 안다면 그 사람은 그냥 팬이라고 여길 수도 있을 거 같아요. 하지만 “후치”의 출처를 안다면, 단순히 팬이 아니라 오타쿠라고 부르겠어요. 크크크.

리세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4장,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황혼녘 백합의 뼈]에 등장하는 주인공 이름이죠. 흐흐. 하지만 이와 유사한 맥락으로 후치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이제 노트북의 이름은 후치. 사실 이렇게 결정한 건 벌써 여러 날 전인데 이제야 확정한 건, 후치란 말의 어감이 입에 잘 안 붙어서 망설인 거죠. 이젠 입에 익었으니, 후치라고 불러야지요.

그럼 후치란 이름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인지 단박에 파악하는 사람을 오덕후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M_ 이유 보기.. | 흐흐;;.. |

“질문하신 [삼월은 붉은 구렁을]은 되풀이 등장하는 책 속의 책이기도 해서 더한층 고심하여 만든 제목입니다. 아주 튼튼하고 괜찮은 타이틀을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을 고민했습니다. 그 ‘구렁'[淵]이라는 단어는 일본어로 ‘후치'(ふち)라고 하는데요, 이 단어를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어두운 흐름’입니다. 먼 옛날부터 존재하던 여러 가지가 푹 잠겨 있는 그런 이미지, 그야말로 ‘책’을 뜻하는 이미지겠지요. 그 한자 자체가 어둡고 깊은 이미지를 주기 때문에 선택했습니다.”
(온다 리쿠, [판타스틱] vol.8, 2007.12 인터뷰에서)

_M#]

12 thoughts on “후치

  1. 후치…는 주인에게 사랑받아서 좋겠어요 ^^
    전 생각해보니 논문쓰느라 5년전에 장만한 노트북 그냥 혹사만 시켰지 이름 붙여줄 생각따윈 하지도 못했군요 ㅎㅎ

  2. 오~ 드디어 이름을! 후치 멋진데요. 뭔가 지적인 노트북 같아요. ㅋㅋ
    플루토.. 저는 디즈니의 플루토가 생각났어요;;

    1. 첨엔 “책”이란 말에 꽂혀서 정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노트북을 못 끄고 빠져든다는 의미였나, 싶어요.. 흐흐 ;;;
      앗, 디즈니에도 플루토가 있었네요. 찾아보니, 으헤헤. 저 개의 이름이었군요. 흐흐흐

    1. 푸하하 웃겨요 웃겨 ㅋㅋㅋ (토룡마을 주민만이 이해할 수 있는 개그 ㅋㅋ)

    2. 흐흐흐. 그쵸? 어쨌든 토룡주민들은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거 같아요. 헤헤

    3. 앗, 미즈키님도 이럴 때가 있으시네요. 저도 종종 이런 식의 말을 쓰다가 재미없을 거 같아서 관두는 경우가 많거든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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