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가, 아니 표현이 가능한지 의심스러운 나라

지난 주 시사인을 읽다가, 김수영의 미발표 시 한 편을 접했다. 아니, 미발표란 말은 부적절하다. 시인은 지면에 발표하려고 했지만 어느 매체도 그 시를 싣지 않으려고 했다. 그래서 발표할 수 없었다. 그 뿐이다. 그러니 발표하고 싶어도 발표할 수 없었던 시였다. 그게 올 해 여름, 한 잡지에 실렸다고 한다. 시 내용은 별 거 아니다. 전문을 올리면 다음과 같다.

‘金日成萬歲’
김수영

‘김일성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밖에

‘김일성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
관리가 우겨대니

나는 잠이 깰 수밖에

이 시를 쓴 건 1960년 가을이라고 한다. 한창 반공이니 뭐니 하는 시기였다. 그랬다. 그 시절 한국엔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이라고 표현의 자유가, 언론의 자유가 있을까?

정선희씨가 결국 몇 개의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로 결정했다는 뉴스를 접하며(여기), 씁쓸하고 입 안이 쓰다. 이쯤 되면 집단광기이다. 2002년 월드컵의 광기처럼. 그리고 지금 상황이 “민주주의”의 표현인지 “소비주의/자본주의”의 표현인지 더욱더 모호하다.

입맛이 고약하다.

13 thoughts on “표현의 자유가, 아니 표현이 가능한지 의심스러운 나라

  1. 국보법이니 뭐니 이런 것들은 정전상태라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은데.. 아닌가요? ^^;; 써니씨 일은 좀 안타까운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저도 방송을 못 들어서… 훙……… 그냥 모든 게 다 애매모호해요.. 우리학교 총학문제도 그렇구…

    1. 방송 전체의 맥락을 무시하고, 특정 부분만을 걸고 넘어지는 분위기였어요. 더구나 그 말이 자신들의 주장을 비하하는 느낌이니까, 엄청나게 비난하고요…
      그래서 좀 그랬어요…

  2. 정말로 정선희 씨 문제 보고 정말, 아.. 무섭다, 싶더라구요. 정말 집단광기. ‘대의’ 때문에 한 사람이 이렇게까지 매장당해야 하나 싶은… / 그리고 혹시 위의 분, 저란 같은 학교신지;; 요즘 저희 총학 문제도….^^;;;

    1. 다른 목소리를 참지 못 하는 건, 여전하단 느낌이랄까요? 목소리와 주장의 경합이 불가능한 현재 상황이라면, 무슨 민주주의인가 싶기도 하고, 민주주의가 원래 자본주의와 쌍생아인데 제가 뭔가 착각하고 있나 싶기도 했어요. 흐.
      학교 총학에 상당한 문제가 있나봐요. 총학문제란 말에 같은 학교인가, 싶을 정도로요.. ;;;

  3. 아, 저는 최근 아고라에서 좀 논란이 되었던 학교여요. ㅋ 아시려나..
    그리고 선희씨 얘기 대충 알아봤는데 확실히 ‘맨홀’ 스토리는 수긍할 수 있을 것 같고(선희씨 의견에;), 그 이후에는 뭐랄까… ‘왜 내가 이런 공격을 받고 있어야 하나’라는 생각에 살짝 화가 나셨던 것 같아요. 에그그그그그그그~
    뭐 울 학교 총학 문제엔 제가 할 말이 없는 게 저도 아직 집회에 참여하지를 않았거든요. 그런데 총학이 한 명도 안 나가는 거 가지고 트집잡을 수는 없죠 뭐. ‘입놀림 좀 바로해라’라는 소리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요. ㅋㅋ

    1. 최근 아고라에 자주 들락거리지만, 어딘지 모르겠어요… ;;; 흐.
      선희씨의 ‘내가 왜 공격 받고 있어야 하나’라는 식의 반응은, 사실 그 사람의 캐릭터이기도 해서 다른 상황에선 웃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거 같기도 해요. 다만 지금 상황이 그 모든 걸 무시하고, 죄인취급을 하려고 하니 문제가 커진 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많이 안타깝기도 하고요.

  4. 그러게요. 저는 사실 기사만 몇 개 접하기는 했지만, 그 발언이 그토록 문제가 되는 것일까? 의아했거든요. 맞는 말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잘 하자는 의미로 들으면 뼈아픈 소리 아난가요. 흠.. 그런데 비하를 했다느니 하는 걸 보니.. 어쩐지 저는 더 냉소적인 입장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_-

    1. 혹자는 민주주의의 실현이다, 활동가들이나 학자들이 예상치도 못한 수준으로 시민들이 진보했다고 하지만, “우리” 아니면 “적”이란 이분법은 여전해서, 저런 평가에 다소 회의가 들어요. 말 그대로 집단의 힘과 폐해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어요..

  5. 링크된 기사에 나온 것만으로는 잘 이해가 안 돼요;; 환경 오염이랑 맨홀 뚜껑 가져가는 건 하지 말아야 되는 일 맞는 것 같아서요;; 그게 왜 촛불집회 비하 발언인 걸까요;;

    1. 그저 거슬리니까 비하 발언으로 들리고, 그 이후의 모든 행동이 거슬리기 시작했다는 느낌이 강해요…

  6. 핑백: Run To 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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