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많으면 쓸 거리도 많지요. 이번 인권감수성교육 프로그램이 그래요. 참 하고 싶은 말이 많아요. 여러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자극을 주고 있다는 의미겠죠. 지금까지 내가 안주하고 있던 틀을 다시 생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기도 해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하는지 다 쓸 수는 없지만, 대충 쓰면요. 규범적이지 않은 몸과 성역할과 관련한 내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아울러 개인과 구조적인 틀을 연결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요. 목표는, 비단 이 수업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도 스스로 고민할 수 있는 방법을 기르는데 있어요. 목표는 그렇다고요. ㅠ_ㅠ
“남자인 몸”, “여자인 몸” 그리고 이런 몸에 수반하는 역할들을 어릴 때부터 배우죠. 이번 프로그램 중엔, 이런 역할이 배움이라는 것, 자연스럽지 않다는 걸 얘기해요. 주입하기보다는 자신이 어떤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에서 출발하지요. 뭐, 쓰고 보니 새로울 것 없네요. ㅠ_ㅠ
방법은, 사진이라는 진부한 도구를 사용해요. 단지 어떤 사진을 사용하느냐가 관건이겠죠.
자, 아래 사진을 보세요.
만약 지나가는 길에 이렇게 생긴 사람을 만났어요. 만약 당신은 이 사람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궁금하다면 무엇으로 판단할 것 같아요?
이 사진은 두 번째 날 사용했는데, 첫 날 이것과 비슷한 사진을 보여주자 다들 “남자야, 여자야?”라는 말을 가장 먼저 하는 걸 듣고 상당히 놀랐어요. 사람을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은 성별인가요? 성별을 알면 도대체 그 사람의 무엇을 알 수 있다고 믿는 걸까요? 아무려나, 이 사진을 보여주며 수강생들에게 물었어요. (참, 이 수업은 제가 진행하지 않았어요.) “이 여자일까요, 남자일까요?”를 묻고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질문했죠. 물론 답은 없어요.
재밌는 건, “여자”와 “남자”란 판단이 거의 반반이었어요. 그리고 그 근거는 근육이었어요. “남자”인 이유도, “여자”인 이유도 근육이라고 하더라고요. 아울러 어느 순간부턴 중성으로 수렴하는 경향도 있더라고요. “여자”도 “남자”도 아닌 “중성”-_-;;
그럼 아래 사진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할머니가 남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로선 결코 하지 못 할 상상력이라 감탄했어요. 저와는 꽤나 다른 방식으로 “여성성/여성다움”, “남성성/남성다움”을 배우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겠죠. 🙂
재밌네여
그쵸? 흐흐.
정말 5일간에 걸쳐 많은 걸 배워서 너무 고마웠어요. 이런 멋진 상상력과 해석을 배울 자리가 드물잖아요.
음… 사진과 글을 보며 제가 편견덩어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 배운 성역할과 요즘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성역할이 조금씩 다르단 걸 깨달을 수 있었어요. 부당한 사회제도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 같으면서도 이렇게 변하는 걸 느끼면, 조금은 기쁘기도 해요. 헤헤
그런 생각도 드네요. 왜 할머니라고 생각하게 되었을까? 라는 의문요. 아마 예쁘지도 않은 얼굴과 치마를 연결해서이지 않을까하는… 여자의 상징은 10대, 20대, 30대 정도까지로만 보고 40넘어가서 늙기시작하면 여성으로 안 보잖아요. -.-;; (가치가 없다는 것이겠죠) 여튼.. 그래서 수염자국까지 보임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라를 연상했다는 것이…. 대체 아이들에게 있어 할머니는 어떤 존재일까하는 …
그러고보면 정말 그래요. 그 아이들에게 할머니는 어떤 존재일는지… 일부러 엉뚱한 대답을 하고 싶어서 그런 건가 싶기도 하지만, “남성 아니면 여성”이라는 판단에서 계속 얘기한 건, 얼굴 형태, 다리와 팔의 굵기 등이었거든요. 그이들에게 “여성”의 범주는 어디까지 일까… 진작 물어볼 걸 그랬어요. 흐
그보다 대체 저런 사진들은 어디서 구하나요? ^^
전부 구글링으로 찾았어요. 흐.
프로그램에 사용했거나 찾은 이미지들 보내드릴까요? 🙂
언젠가 게이라고 정체화한 한 친구가 저더러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트랜스젠더 아니냐고 물었던게 생각나요. 여자 같이 생겼는데 남자가 피우는 담배를 피우니까(그 친구가 사는 지역의 특성도 있는 듯) 트랜스 젠더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는…
젠더 인지는 지역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정말 그래요.비규범적인 방식으로 젠더를 수행하는 이들이 좀 더 가시적이었다면, 부산에 올러온 서울”남성”들은 전부 게이거나 트랜스여성인데 어떤 의료적 조치도 하지 않았거나, 트랜스남성으로 읽혔을 거예요. 흐흐흐. -_-;;
허허.. 아래 사진은 남자가 그냥 치마 입은 게 아닐까 했는데..
위에 사진은 남자인지 여자인지 정의내리기가 참.. 힘드네요; 여자가 근육주사를 맞은 거 같기도 하고, 남자가 머리를 기른 거 같기도 하고;
흐흐. 이런 사진/사람을 만나고, 이에 대한 반응을 접할 때마다, 소위 “여성” 혹은 “남성”이라고 불리는 외모란 합의가 불가능하면서도 서로 합의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고민을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