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분명히 개요도 있고 목차도 있는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이 ㄱ인지 ㄴ인지 ㄷ인지, 그 셋 다인지, 그 중 어느 쪽도 아닌지 헷갈린다. -_-;; 어떤 날은 세 가지를 통합하는 내용인 거 같고 어떤 날은 셋 중 어느 하나인 거 같다. 어떤 날은 세 가지가 별개의 내용이 아닌 거 같고 또 어떤 날은 세 가지가 전혀 별개의 내용 같다.
세 가지란 건 예를 들어 그렇다는 거고, 암튼 만날 헷갈린다.
02
그나저나 요 며칠, 활동 중단하기 전에 만났던, 같이 활동했던 사람들을 만났는데…. 나, 활동하고 싶다. 그리고 공부도 하고 싶다. 두 가지 욕심이 현재는 공존한다. 이런 욕심의 공존이 시험 치기 전엔 두꺼운 철학책도 재밌어 보이는 현상과 같은 건지는 알 수 없지만. 흐. 하고 싶은 일도 여럿 있다. 모든 건 나중에 가봐야 알 수 있는 법.
03
나는 내가 지금 믿고 있는 기준을 나중에도 지킬 수 있을까?
일테면 내가 담배를 피우지 않겠다고 다짐한 건 1994년 어느 여름 아니면 가을이다. 내가 채식을 하기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다. 술을 거부한 건 그 보다 전이거나 후이거나. 아무려나, 나는 이런 과거의 다짐을 좀 먹고 사는 건가 싶을 때가 있다. 그때 다짐한 걸 지금 지키고 있으니 지금 다짐한 건 나중에도 지킬 수 있을 거야, 라는 식으로.
과거의 운동 경력을 팔아 정치권력을 휘두르면서 자신은 진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처럼 되는 걸까? 그러고 보면 두려운 건 많다. 이 두려움을 나중에도 느낄까? 이게 가장 두렵다. 어느 순간 두려움마저 느낄 수 없다면 어떻게 하지? 하긴, 두려움마저 느낄 수 없다는 건, 이런 걱정마저 하지 않을 거란 얘기지. 흠. 흠. -_-;; 결론이 좀 이상하지만 이제 이런 결론은 익숙하다. ;;
04
난 1994년 혹은 그 전 몇 년 간 쓴 일기를 다시 읽기 두렵다. 그 당시의 모든 기록이 사라졌다는 건 다행이다. 이건 정말 다행이다. 난 그때 무슨 다짐을 했을까? 그리고 그런 다짐 중 나는 몇 가지나 지키고 있을까? 내가 기억하는 것만 네 가지다. 지키지 않은 건 한 가지고, 방식을 바꾼 게 한 가지다. 그때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난 종종, 그 시절 다짐한 어떤 일들은 내 삶/미래에 건 저주였다고 중얼거린다. 난 그때 어떤 표정으로 살았을까?
05
난 기록을 꽤나 충실하게 남기는 편이다. 일기를 쓸 때면 소소한 것들도 다 기록했다. 기록은 열심히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남아있는 게 없다. 이곳, [Run To 루인]에 남아있는 기록이 현재 남아 있는 유일한 흔적이다. 이곳에 남긴 기록이 꼭 과거의 기록들 같다. 열심히 남겨도 사라지는 건 한 순간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