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특강을 나가는 건 일주일짜리 자학거리를 찾으러 가는 것과 같다. 강의가 끝나고 나면 ‘좀 더 부연 설명을 했어야 했는데.’, ‘다르게 설명했어야 했는데.’와 같은 종류의 아쉬움들과 나의 부족함을 만난다.
그리고 특강 강사를 기다리는 수강생들의 기대는 또 다르다. 누군가는 변태 강사가 변태로 살아가며 경험하는 어려움을 호소해서 자신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길 기대할 것이고, 누군가는 아무런 기대가 없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자기 삶의 어떤 변화를 기대할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다양한 기대들이 강의실엔 넘쳐난다. 그럼 누구에게 초점을 맞출 것인가? 특강 강의 경력 초보인 나로선 아직도 감을 못 잡는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도 알지만 특정 집단만을 위할 수도 없다. 그 사이 어딘가. 평소 변태들(트랜스젠더, 레즈비언, 게이, 바이, 동성애, 양성애 등등)에 무관심 했던 사람들은 그런 무관심한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그 정도에서, 상당히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또 그 정도에서, 각자가 어떤 방식으로건 인식전환을 겪는다면 가장 좋겠지만, 이건 불가능한 욕망이다. 재미있는 건, 내가 회심의 역작-_-;;이랍시고 준비했던 멘트가 아니라 우연히 한 마디 한 것이 더 큰 파동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난 여전히 어느 정도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가 고민이다.
그리고 내가 상상하는 수강생은 강의 주제 내용과 관련해서 아예 모르는 건 아니지만 상당히 아는 것도 아닌 어떤 상태에 있는 사람들. 나도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상태. 그 정도 수위에서 강의 내용을 맞춘다. 가장 기본적인 지식을 알려주면서 그것을 조금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여는 정도. 그리고 종종 나의 최근 고민을 알려 주는 정도. 물론 이것도 쉽지 않다. 어떤 강의에선 수위 조절에 완전히 실패해서 망했고 어떤 강의에선 수위 조절을 안 했는데 반응이 좋았고-_-;; 아무리 수강생의 수위를 예측한다고 해도 결과는 알 수 없는 법.
그럼에도 고마운 경우가 있다. 특강이 끝난 후, 메일이나 감상문을 통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혹은 다른 어떤 변태임을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강의를 듣고 새롭게 고민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는 말을 들을 때다. 나의 강의가 어떤지는 사실 내가 가장 모른다. 그냥 이런 반응을 한 명이라도 보여준다면, 나는 너무 고마울 뿐이다. 100명이 듣는데 99명이 별로라고 말해도 단 한 명이, 자신의 상황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고 말해주면 너무 고맙다. 힘이 많이 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반성한다.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더 많이 노력해야 하고,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고. 그리고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그리고 나 아닌 다른 활동가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아주 오랜 세월 활동했던 활동가들이 없었다면 나 역시 없었다. 운동은 어떻게든 계속 되고, ‘우리’는 곳곳에서 계속해서 살아가고 있다.
‘변태’라는 말 루인님이 어떤 의미로 쓰시는지 알지만 볼 때마다 웃음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ㅎㅎ;
정말 한 명에게라도 어떤 감동이나 깨달음을 전해줄 수 있다면 좋은 강의가 아닐까요?
전 변태란 단어를 쓸 때마다 잠깐 잠깐 멈추어요. 흐흐흐.
아마 그 분에게만은 좋은 강의였을 거 같아요. 하지만 저의 입장에선 여전히…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