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고 있다.
학회 간사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 즈음이면 벌써 몸에 익어 능숙해야 하지만, 삽질을 핑계로 늦게 시작했더니 아직도 어색하다. 낯설고 새로운 일이다보니 매 순간, ‘뭔가 잘못 처리한 건 아닐까?’ ‘뭔가 실수하고 있는 건 아닐까?’란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학생이라면 ‘제가 아직 잘 몰라서요.’라고 어물쩍 넘기기라도 하겠지.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이렇게 넘어갈 수 없는 단계다. 그러니 불안에 불안이 겹치고 있다. 아마 이 모든 불안 없이 어느 정도 능숙하게 일처리를 할 수 있고, 1년의 일정을 조망할 수 있을 즈음 일이 끝나겠지. 1년만 일하는 거라 그렇다. -_-;;
이런 불안과 조바심이 유발하는 문제는 업무로 끝나지 않는다. 다른 일을 못 하게 한다. 딱히 할 일이 없는 상황에서도 조금 불안해서, 책을 읽거나 빈둥거리는 걸 제대로 못 하게 한다. 일종의 (말도 안 되는)죄의식이다. 좋게 말하면 완벽주의기도 하다. 아직은 완벽하게 혹은 깔끔하게 일처리를 할 수 없는 나 자신에게 불만이 가득해서 생기는 ‘죄의식.’
그런 와중에도 책을 조금씩 읽고 있다. 하루에 한두 쪽을 읽더라도 책을 놓지 않고 읽으려 애쓰고 있다. 형식적이라 해도, 습관을 유지하는 건 중요하니까. 두 권의 책을 동시에 읽고 있다. 그 중 하나는 『드라큘라』. 예전에 『프랑켄슈타인』과 『투명인간』을 읽었는데, 일종의 연장선상에 있는 독서랄까. 괴물, 낯설고 기괴한 존재를 다루는 책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재이자 주제다. 물론 내가 호러나 추리와 같은 장르 소설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고. 흐흐. 아마도 나는 드라큘라란 인물에 초점을 맞출 것 같다. 언제 다 읽을지 알 수 없지만 다 읽고 나면 『뱀파이어 걸작선』도 읽을 거 같다. 『뱀파이어 걸작선』은 19~20세기에 출간된 뱀파이어 관련 단편소설들을 모은 것.
(자세한 주제는 절대 밝히지 말라는 당부가 있어 말할 수 없지만, 요즘 나의 선생님도 『드라큘라』를 읽고 있다. 상당히 흥미로운 주제로 접근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논문을 쓰기 전까진 내가 글로 쓰지 않기로 다짐을 하고서야 대충의 주제를 들을 수 있었다. 선생님이 얼른 논문을 쓰기만 기다릴 수밖에. 『드라큘라』만을 분석하는 건 아닌데, 이 책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 같다.)
어떻게 할지 몰라서 이곳에 쓰는 게 부담스럽지만, 소문만 무성할 수도 있다는 전제하에, 올 한 해 논문 세 편을 쓰는 계획을 세울까 보다. 이런 식의 계획이라도 세워야 글 한 편이라도 쓸 수 있을 거 같아서…. 처음엔 분기별로 한 편씩 총 네 편을 쓸까 했는데, 1~2월은 학회 일에 적응하느라 산만할 거 같아서 세 편으로 줄였다. 이렇게 변명을 하다보면 결국 한 편도 안 쓰겠지? 흐흐. -_-;;
첫 번째 글의 소재는 있다. 주제도 대충 있다.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관련해서 읽어야 하는 책도 많고. 용어의 변천과 관련해서 쓰고 싶은 게 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시기는 1920년대부터 1950년대, 조금 길게 잡으면 1970년대까지? 사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면 너무 방대해서 부담스럽지만, 다룰 내용에 따라선 어쩔 수 없기도 하고. 아직은 잘 모르겠다.
논문을 세 편 정도 쓰겠다는 계획이 어디에 발표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그저 오랜 시간에 걸쳐 퇴고하는 훈련을 하고 싶어서일 뿐이다. 그동안 글을 너무 서둘러 쓴 거 같아서 천천히, 오랜 시간에 걸쳐 글을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 올해가 기회인 거 같고. 세 편이 목표가 아닌 건 확실하다. 그저 천천히, 충분한 퇴고를 거친 글을 쓰는 훈련을 하고 싶은 게 나의 목표다.
…어랏. 쓰고 보니, 올해 계획? -_-;; 끄아악~!!
아하항~ 루인님~~
절대 잊지 않을겁니다!
꼭 세편 쓰세요~ ㅋㅋ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으니, 꼭 잊으실 거라고 믿고 싶어요…ㅠ_ㅠ 흐흐
논문이라는 게 한 해에 3편씩이나 쓸 수 있는 건가요? (문외한의 질문;;)
저도 추리소설 좋아해요. 하지만 요즘은 안 읽으려 노력하고 있죠. 그걸 읽기 시작하면 아무래도 다른 걸 전혀 못 읽게 되어버려서-ㅅ-;; 참 재밌어요. 다들 어쩜 그리 머리가 좋을까요. 그런 걸 만들어내는 걸 보면 말이죠 🙂
암튼 원하는 글을 숙성시켜 내놓을 수 있는 한 해가 되시길!
아, 학위 논문이 아니라, 아래아한글 기본 설정으로 10~15쪽 정도의 논문을 의미해요. 헤헤.
추리 소설을 쓰는 사람들은, 특히나 정말 손에서 책을 놓고 싶지 않아 단박에 다 읽게 만드는 소설을 쓰는 작가들은 정말 대단해요.
우와~ 논문 세 편이나! 화이팅이에요~
그냥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거예요.
욕심이라도 있어야, 뭐라도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