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서 8번 출구로 나와 직진으로 100여 미터 정도를 걸어간다. 아마도 ‘설마 저 곳이야?’ 라는 의심이 먼저 들 것이다. 그런 곳이다. 그곳은 유명세도 없을뿐더러 그저 그런 인테리어로 지나치기 쉬운 외양을 갖추고 있다. 상호는 전국에 백여 개는 될 법해서 체인점으로 오해받지만, 체인점은 아니다. 죽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지만, 요즘 추세가 그렇듯 죽만 파는 건 아니다. 이것저것 각종 영양음식을 갖추고 있다. 각종 음식을 갖추고 있는 곳이 그러하듯 사람은 별로 없고, 식사시간에도 주인과 점원을 합한 수보다 손님이 많은 경우는 드물다. 주인 겸 조리사, 점원, 주인의 가족들이 모두 가게에 나와 식탁을 하나씩 차지하고 있는 날도 있다. 그래도 손님이 앉을 자리가 없어 누군가가 자리를 내어줘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이런 진부한 풍경에도 불구하고 그곳의 죽은 맛있다는 사소한 문제가 있다. 음식점의 음식이 맛있는 게 무엇이 문제겠느냐만, 어느 전문가가 진단하길 이 음식점의 유일한 문제는 지나치게 맛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는 풍문이 있으니 그러려니 하자.
그곳을 찾는 손님들은 대체로 몇 달에서 몇 년 간 일주일에도 몇 차례 들락거리는 단골들이다. 어떤 손님은 한 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살지만 죽을 먹으러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찾는다. 이쯤 되면 맛으로 소문이 날 법도 하다. 어지간한 음식점은 모두 소개가 되고 있는 이 시대에 이 정도 음식점이 소개가 안 되었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단골들이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이들이라거나, 블로그를 운영하지만 방문자가 일주일에 한두 명인 곳이라서가 아니다. 놀랍지 않은 사실 중 하나는 단골 중엔 맛있는 음식과 식당을 소개하는 기자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가게가 한산한 이유는 누구도 소문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이것이다. 가게에서 음식을 먹어 본 이들은 그 누구도 그곳과 관련한 정보를 누설하지 않는다. 서로 합의를 한 적도 없고, 누가 단골인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모두 그 가게와 관련해선 침묵한다. 누구도 없을 법한 시간에 음식을 먹고 조용히 나간다. 행여 아는 사람들이 우연히 마주친다 해도 서로에게 말을 거는 경우는 없다. 그곳에서 식사를 하는 이들은 음식을 주문할 때가 아니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는 사람이 와도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일종의 불문율이다.
특히 유명한 메뉴는 팥죽이다. 가장 기본적인 음식이 가장 만들기 힘든 음식이란 건 상식. 그곳의 팥죽은 달지 않으나 음미할수록 단맛이 우러나고, 약간 텁텁하면서도 개운한 느낌이다. 설탕이나 다른 조미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팥 특유의 단맛을 느낄 수 있다는 건 그 가게만의 자랑이다. 허나 자랑이면 뭐하나. 아는 사람만 아는데. 아는 사람들끼리도 모른 척 하는데.
그곳이 들키지 않고 숨어있을 수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근처에 유사한 이름의 가게들이 몇 더 있어, 그 가게를 찾다가 좀 더 근사한 인터리어의 엉뚱한 곳으로 가기 때문이다. 다른 이유는 동네 정보지를 제외하면 어디서도 그곳과 관련한 정보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달에 방문자 한 명 뿐인 블로그라도 인터넷에 소개하면 어느 정도 지명도가 생기기 마련. 하지만 그곳과 관련한 기록은 오직 단골들, 그곳에서 음식을 먹은 적 있는 이들의 기억에만 남아 있다. 단골들은 조심성이 강해, 자신들만 보는 수첩에도 그곳과 관련한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그 가게의 또 다른 문제는 이거였다. 단골들은 이곳이 유명해져서 서비스 질이 떨어지거나 음식의 질이 떨어질 것을 염려했다. 다른 건 몰라도 그곳의 서비스 질은 더 이상 떨어질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었다.
그 가게 앞을 지나다니던 사람들은 손님이 없고, 서비스가 형편없고 가게가 너무 지저분해서 망했으려니 했다. 하지만 단골들의 지나친 조심성이 현상유지조차 힘들게 했다는 게 정설이다. 그러니 앞서 언급한 전문가의 진단은 정확했다. 가게의 음식이 너무 맛있다는 것이 그 가게의 핵심적인 문제였다. 그 뿐이다. 그 가게다운 결말이었다. 마지막까지 사소한 문제가 하나 있었다면, 단골들 누구도 드러내어 애도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들리는 풍문에 따르면 그 음식을 못 잊어 주인을 찾아 몇 년째 수소문을 하고 있는 단골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풍문일 뿐, 실체를 접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주인을 수소문하는 행위조차도 조용히, 비밀리에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단골들은 가게 이름이나 가게와 관련한 어떤 정보도 누설하지 않으면서 가게의 주인을 수소문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 역시 그 가게의 이름을 쓸 수가 없다. 뭐, 그런 거다.
흐흐- 이 글 어딘가 소설스러운 걸요- 읽고 있으니 입에 침이 절로 고여요.
시리즈로 한 편 더 쓸까 하다가 귀차니즘을 못 이기고 관뒀어요. 흐흐.
어제 카페에 있다가 갑자기 필을 받아서 막 쓴 거예요. 그래서 좀 부끄러워요… 흐흐
정말.. 소설에서나 만날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 들어요. +_+
가게의 모델이 있긴 해요. 그 근처에 갈 일이 있고 마침 식사시간이면 사먹으러 가기도 하고요. 근데 대체로 무난한 맛이에요. 큭큭.
갑자기 필 받아 마구 쓴 잡글이랄까요… 흐흐흐 ;;;
루인에게 픽션 작가로서의 면모가 있군요. 좋아요, 아주 좋아>_<
사기꾼으로서의 면모일 수도 있지요. 음하하. -_-;;
일 년에 몇 번 튀어나오는 이질적인 성질의 글이 있는데, 이 글도 그런 성질의 것이지 않을까 해요. 흐흐.
….먹고 싶어요. 흑.
사실 저도요…-_-;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달까요… 묘사하고 다시 읽다가 침이 꼴깍 넘어갔어요. 흑흑.
엑? 픽션이었어요?
너무 진짜 같았다면, 이것도 성공인 걸까요? -_-;; 흐흐흐.
갑자기 이런 거 쓰면 재밌겠다 싶어서 마구 쓴 거 예요. 헤헤.
읽으면서 그 가게가 어딘지 살짝 알려달라고 조를 작정이었는데…이런…ㅋ
흐흐. 가게는 문을 닫았는데, 더욱이 이 모든 내용이 허구… 큭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