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밥을 먹으러 어느 식당에 갔다. 주문을 할 때면 음식에 들어가는 내용물과 관련해서 여러 가지를 요구한다. 내가 먹지 않는 종류의 음식이 들어가는지 확인하고 뺄 것을 뺀다. 이 과정은 아직도 불편하다. 몸에 쉬 익숙해지지 않아, 주문 시 요구사항을 말하기 전까지 두어 번 옹알댄다. 때로 “그걸 왜 안 먹느냐?”고 핀잔을 주는 식당도 있으니 조심스레 요구한다.
아무려나 아침엔 그럭저럭 넘어갔다. 주문은 순조로웠다. 근데 밑반찬은 내가 주문할 때부터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때로 곤란을 겪는다. 오늘 아침도 그랬다. 계란 프라이가 나온 것. 음식을 가져다주시는 분에게 계란을 안 먹는다고 말하고, 물렸다. 밥을 먹고 있는데, 식당 주인인 듯 한 사람이 내 식탁을 보더니, “계란도 없고, 반찬이 없어 어떻게 한 대…”라고 걱정한다. 하지만 식탁엔 나물 반찬만도 이미 여럿이다. 결여한 한 가지는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한다. 더욱이 육식의 한 형태인 계란은 반찬의 핵심. 계란을 안 먹어 물린 나의 식탁은 반찬이 없는 것과 같다. 그러며 지나가는 말로 다시 한 마디 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계란을 잘 먹던데….”
만약 나의 외모가, 피부 껍질이 지금과 같지 않았다면 반응은 어땠을까? 나의 외모가 소위 ‘여성’이라고 불리는 외모에 좀 더 가깝다면, 혹은 ‘어쨌든 여성’이라고 수렴할 법한 외모라면 어땠을까? 어쩌면 “다이어트 해?”라고 물었을 지도 모른다. 아침 식당 주인도 그랬으리라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경향성으로 지레짐작할 수는 있다. 대충 어떻게 반응했겠지, 하는 짐작은 가능하다.
외모는 언제나 그 사람의 젠더를 단정하는 단서로 작동한다. 외모는 ‘여성’ 아니면 ‘남성’으로 구분할 수 있는 기호들이 넘치는 장이다. 조금이라도 헷갈린다면 아주 작은 단서라도 하나 포착하여 특정 범주로 수렴한다. 그래서 내게 음식은,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과정은 트랜스/젠더 정치가 발생하는 장이다. 아침에 내가 겪은 일은 음식이 트랜스/젠더 이슈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려주고 있는 사소하지만 일상적인 경험이다. 그냥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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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작년 가을 즈음부터 이와 관련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미루고 있다. 자꾸 미루다보니 이젠 내게 너무 진부해서 말할 흥이 안 난다. 글이란 제때 써야 하는데…, 암튼 이렇게라도 짧게 기록하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
허…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네요. 저 음식 가리면 항상 듣는 소리가 “다이어트 해?” 인데. 전 제가 과체중으로 보여서 그런거라고 생각했거든요 ㅋㅋ (요즘은 다이어트 중!!) 그렇게 생각 할 수도 있겠네요. 앙…빼달라는데 왜 말이 많은지는 이해 못하겠어요. 오히려 식당 입장에서 보면 이익일텐데.
가끔 가는 식당 중에 딱 한 곳에서, 오백 원을 할인해줘요. 히히히.
근데 정말이지 한국은 오지랍이 너무 넒어서 별 걸 다 걱정해주는 거 같아요… -_-;;;
정말 작은곳 하나하나 은근히 젠더문제가 많군요. 정해진 틀에 분류되어야 한다는건 좀 짜증나는 일이에요. ‘난 빼달라’고 파닥거리고 싶지만 소심하면 반항도 쉽지 않죠 ㅎㅎ 실천에 옮긴다면 주변에서 이상한 사람으로 낙인 찍어줄 것이고. 생김새로 구분하지 않는 사회가 온다면 좋겠네요.
정말이지 내가 어떻게 살 건, 상관 하지 않고, 그것이 사회에서 별다른 의미를 가지지 않는 사회가 되면 좋겠어요.
근데 저도 소심해서 은근하게만 실천해요… 크크크크크
읽는 입장에서는 하나도 안 진부해요…ㅎ그러고 보니 예전에 켄치에서 뭐 시키는데 마요네즈 빼달라고 하니까 안 된대서 맘 상했던 기억이;;
하긴, 그러고 보면 빼달라고 했는데 안 된다고 하는 데도 있더라고요. 음식에 대한 자부심일 수도 있겠다 싶지만, 주문하는 입장에선 정말 맘상해요.. ㅠㅠ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있을 만한 곳이면 좀 다르게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패스트푸드점에서 그러니까 정말 맘 상하더라구요;;
자부심도 아닌 그 고집은 도대체 뭘까죠.. ㅡ_ㅡ;;;
근데 이런 요구가 거절 당하면 정말 빈정상해요. 몇 번이고 곱씹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