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과 금요일은 학교에서 일을 하다보니 책을 읽기가 쉽지 않다.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감시인이 없어서고-_-;; 다른 하나는 후치(노트북)를 켠 상태에서 책이나 논문을 올려 놓기엔 자리가 부족해서다. 물론 이 두 가지 이유는 모두 핑계! 아무려나 나는 수요일과 금요일이면 어떤 인쇄물을 읽기 보다는 후치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주로 한다. 그럼에도 저녁 즈음이면 기분이 무척 우울해진다. 하루 종일 놀았다는 느낌이라서. 여러 블로그의 글을 읽고, 자료를 찾아 읽는 것과 같은 행동들 하나하나 소중한 공부인데도 그렇다.
암튼 이런 이유로 저녁엔 도서관에 갔다. 오오~!! 도서관에 얼마나 안 가면, 이렇게 도서관 같다는 말을 쓸까. 흐흐. 그러곤 작년부터 읽고 싶던 책을 골라 책상에 앉았다. 작은 크기(A5)의 200여 쪽에 이르는 소설인데, 무려 2시간 정도 걸려 다 읽었다!! 난 책을 읽는 속도가 무척 느려 남들 읽는 시간의 두 배 정도 걸리는 편이다. 그러니 걸린 들린 듯이 읽었다는 뜻이다. 흐흐.
책은 장 퉬레의 『자살가게』. 작년인가 우연히 버스에 붙어 있는 광고를 접하곤, 단박에 끌렸다. 제목부터 흥미로워서. 흐흐흐. 근데 어쩐 일인지 사지도 않았고, 읽을 기회를 미루고 있었다. 그러다 얼추 열흘 전 문득 이 책이 떠올라 읽어야지 다짐만 하고 있었으니, 어제야 실천에 옮긴 셈이다.
내용은 자살에 도움을 주는 가게를 배경으로, 대대로 자살가게를 운영하던 집안에 희망적인 말을 하는 주인공, 알란이 태어나면서 발생하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집안엔 웃음이라곤 없었고, 없어야 하는데 알란은 때때로 웃고, 세상의 밝은 면만 얘기한다. 그래서 가족들이 상당히 싫어 한다. 가족들의 분위기는 다음과 같다: 신문에 연간 15만 명이 자살을 시도하고 12만 명 정도가 자살에 성공한다는 기사가 난다, 주인공의 부모들은 걱정한다, 15만 명이 자살을 시도했다거나 12만 명이 자살에 성공해서가 아니라 무려 3만 명 정도가 자살에 실패해서. 그러며 자신들 가게에 오면 될 거라고 안타까워 한다. 반면 알란은 학교에서 자살자에 대한 글을 쓰라는 요구에 “자! 살자!”라는 글을 쓰는 성격이다. 그러니 가족들에게 알란은 골칫거리. 그럼 결말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끝난다. 아, 어떻게 예상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흐흐.
하지만 이 소설에서 결만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진부하다고, 예측 가능하다 해도 상관없다. 이 소설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가 이 소설의 매력이라고 느끼니까. 옮긴이(성귀수)도 지적하고 있듯, 이 소설은 『델리카트슨의 사람들』이란 영화의 이미지와 상당히 유사하다. 어둡고, 습하면서도 발랄한 느낌. 소설을 읽다 보면 종종 어떤 불편한 구석이 있는데, 소설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가 좋아 다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한국에 출간한 책이 둘 뿐이라, 아침엔 같은 작가의 다른 책 『중력의 법칙』을 읽었다. 배가 너무 고파, 책을 읽는 후반부엔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지만. 내용는, 남편을 살해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을 체포하길 요구하는 이와 자수를 못 들은 척 하며 그냥 집으로 돌아 갈 것을 요구하는 경찰 간의 논쟁 혹은 갈등을 다루고 있다. 분위기는 『자살가게』와 비슷하다. 내가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포착했다면, ‘음침하다’는 느낌으로 요약할 수도 있을 거 같다.
(다만, 난 좀 다른 결말을 예상해서인지 아쉽기도 했다.)
근데 이렇게 허겁지겁 책을 읽는 게 나쁘진 않지만, 역시 난 느긋하게 읽는 게 좋다. 아주 천천히, 남들 두 권은 읽을 시간에 한 권 끝내는 속도. 물론 아주 가끔은 이런 경험도 나쁘지 않다.
3만명이 자살에 실패해서 걱정하는 거 무척 마음에 드는 걸요? ㅎㅎㅎ
크크크. 그렇죠? 흐흐.
그 부분이 소설의 초반에 나오는데, 그 부분을 읽고 호감도가 급 상승했어요. 흐흐
후치? 맥주이름 후치???
놋북에 이름! 루인, 큐트해요 ㅋㅋㅋ 저도 자전거랑 집이랑 놋북에 이름 붙여주고 싶은데 그런 거 잘 안 되더라고요. 내 닉네임 하나 붙이는 것도 귀찮아서 대충 지어버린 인간이니, 뭐-ㅅ-;;
후치란 맥주가 있어요? 흐흐.
후치란 이름은 여기( http://runtoruin.cafe24.com/tt/index.php?pl=1194 )서 설명하고 있어요. 흐흐.
전 제가 애정을 가지면 이름을 붙여 주고 싶더라고요. 헤헤.
저와는 전혀 다른 읽기 스타일~ ㅎㅎ
천천히 읽는편이라면 처음 읽을때부터 디테일적인 부분도 다 짚고 넘어가시겠네요. 저는 빨리 한번 읽고 다음에 또 읽고 하는 스타일이에요. 읽을 때 마다 새롭죠 ㅡ_ㅡㅋ
근데… 천천히 읽는 것과 세세한 내용을 다 챙기는 건 별개의 문제 같아요… 흐흐. 전 천천히 읽는데 세세한 부분을 건성으로 읽는 경향도 있거든요. 으하하.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