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요즘 어떤 카페와 음식점 이야기를 쓸까 하다가 관뒀어요. 진짜 있는 공간도 가상 공간으로 만들 것 같아서요. 으하하. 루인은 양치기. 케케.
고등학생일 때였나, 중학생일 때였나.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그것이 전국모의고사였는지, 부산시 지역 모의고사였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내가 다닌 학교 외에도 거의 모든 학교에서 특정 학원이 주최하는 시험을 쳤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종종 그런 날이 있었다. 교과 성적에 반영하진 않지만 하루 종일 시험을 치는 날. 내가 말하고 싶은 시험이 일 년에 한 번 있었던 시험인지, 빈번하게 있었던 시험인지 확실하지 않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며 너무도 많은 시험을 쳤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떤 시험을 가지고 그것이 정확히 언제 친 것인지를 떠올리는 건, 내게 불가능에 가깝다.
시험을 앞두고 담임이 그랬다. 시험은 쳐야 하지만 시험 비용을 반드시 내야 하는 건 아니다, 자신의 등수와 점수를 알고 싶은 사람은 돈을 내고 그렇지 않으면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고. 이 말이 통상적으로 하는 말인지, 담임이 특이했던 건진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다른 반의 담임들도 유사한 얘기를 했겠지. 이런 말의 진의는 분명하다. 지정한 날까지 돈을 내! 돈을 내도 되고, 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의 진의가 돈을 내고 신청해야 한다는 건 알 만한 나이였다. 그 정도의 경험은 있었다. 실제 다른 반의 경우 많아야 한두 명을 제외하면 모두 돈을 냈다.
그런데 참 신기하지. 내가 속해 있던 반에선 두어 명만 돈을 냈다. 누군가 주도한 것도 아니고, 어떤 결의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굳이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고, 억지로 돈을 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돈을 낸 사람은 두어 명 정도였다. 이 상황에 담임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시험날이 되었다. 다들 시험은 쳤지만 시험에 집중하진 않았다. 학교에 등교하니 시험을 치는 날이었고, 그래서 시험은 쳤다. 하지만 돈은 내지 않았으니 성적에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다들 분위기도 좋았다.
분위기가 좋았던 건 내가 속한 반 뿐이었다. 추측컨데 교무실에선 난리가 난 것 같았다. 시험감독을 들어온 교사들마다 돈을 내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어떤 교사는 공공연히 비난했다. 그리고 시험이 끝났을 때 다른 반 교사가 들어왔다. 그리고 학생들을 싸잡아 비난했다, 어떻게 시험을 치면서 돈도 안 내느냐고. 답안을 체점할 사람들에게 돈을 주지도 않고 성적표를 받을 것이냐고. 직접 말했는지, 뉘앙스가 노골적이라 그렇게 기억하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돈을 내지 않은 이들을 도둑 취급했다. 다른 반 교사는 그렇게 한바탕 퍼붓고 나갔다.
잠시 후 담임이 들어왔고,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돈을 내라고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몇몇은 화를 냈지만, 우습게도 적잖은 이들이 반성하는 표정이었고 그렇게 모두가 돈을 냈다.
난 이 상황에서, 굳이 누군가가 ‘도둑’이라면 누가 ‘도둑’인지를 따지고 싶진 않다. 이제 와서 따져 물어 무엇하랴. 시험을 치고, 돈을 내는 댓가로 교사들이 얼마를 받는지도 의심하고 싶지 않다. 어떤 물증도 없는 상황에서 의심할 필요는 없다. 그 어떤 ‘자율’적인, ‘자발’적인 선택도 용납하지 않았던 분위기를 말하고 싶을 뿐이다. 돈을 내도 되고, 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의 진의를 그렇게 노골적으로 말하는 교사가 우스웠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학생들을 ‘도둑’으로 비난하며 돈을 받아 낸 교사가 우스웠다는 말만 하고 싶을 뿐이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 교사는 ‘떳떳’했을지 궁금할 뿐이다.
작년부터 일제고사와 체험학습으로 시끄럽다. 일제고사 얘기가 등장할 때마다 난 위에서 얘기한 일화가 떠오른다. 그리고 일제고사가 정당하다며 체험학습을 비난하는 이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가증스럽다. 그리고 궁금하다. 무엇이 그렇게도 무서운 건지.
체험학습은 왜요? 우리나라의 그런 교육 체계로부터 떨어진 생활을 한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 그게 얼마나 끔찍할 수 있었는지 잊고 있었어요;
체험학습을 거부하면 등수를 매길 수 없어서, 교육 당국은 불안한 거 같아요. ㅡ_ㅡ;; 등수로 관리 해야만 안전하다고 믿는 걸까 싶고요. 으으
교육부를 엎어버리고 싶어져요 으흐흐흐흐흑
크핫! 흐흐흐.
정권에 따라, 장관의 성향에 따라 교육 내용이 정신 없이 바뀌니, 정말이지 교육부가 필요할까 싶어요. 흐흐
루인님의 그 담임선생님이 옳은데 말이죠! 제가 학부모였다면 저는 아이와 상의해서(부모의 독단은 또 곤란하니깐) 일제고사 보는 날 체험학습 떠나는 쪽으로 참여했을 것 같아요. 전국 아이들의 석차를 매기겠다는 평가 자체도 웃기고, 그 순위에 목매 성적조작하는 학교들도 웃겨요. 바로 그건 게 <부정행위>란 걸 교장, 교사들은 모르지 않을 텐데.
정말이지 등수를 정하는 것이야 말로, “부정행위”인데요!! 체험학습을 승인했다고 교장까지 징계하는 소식을 접하면 참 갑갑해요. 그 관계자들은 도대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고요. 라디오를 듣노라면, 갈등을 하면서도 생계라 어쩔 수 없어서 저렇게 말하는 걸까, 정말 옳다고 믿는 걸까, 자아분열 중일까와 같은 고민을 해요. ㅡ_ㅡ;
그 분위기.. 좋았던 그 분위기… 정말 좋았을 거 같아요. 마치 따뜻한 봄날의 짧은 기억처럼… 하지만 그 다음부터 바로 겨울이었군요. -.- 지금 그들의 발악을 보면 그동안 어찌 참고 살았나.. 싶긴 해요. 맘껏 발악하라.. 그동안 우리는 칼을 슥슥…
며칠 전, 2~3년이 지나도 여전히 MB일 수도 있다는 얘기가 떠오르면서… 덜덜덜.
하지만 이런 시기일 수록 힘이 더 나니까요… 그 동안 문제가 없는 것처럼 여겼는데 사실은 곪은 환부였다는 걸 알게 되는 기회같아요. 흐흐.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