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아닌 신분으로 살기 시작한 것이 도대체 몇 년 만일까. 초등학생부터 시작해서 대학원생까지, 정말 오랜 시간을 학생으로 살았다. 그래서일까, 내가 학생이 아니란 말을 하는 게 어색하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학생은 제도권 교육에 속한 신분을 뜻한다.) 누군가가 “뭐하세요?”라고 묻는다면, 나 스스로 당황한다. 소위 말하는 공식 신분에 적절한 표현이 없어서. 그나마 근접한 건 비정규직? 그러고 보면 학생이란 신분은, 이런 저런 상황에서 답하기에 참 편리하다. 누군가에게 “학생이에요.”라고 대답한다면, 별 다른 설명을 요구 받지 않는 경우도 많고. 마치 ‘학생’이란 말에 엄청나게 많은 의미가 있는 것처럼. ‘학생’이란 말이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는 것처럼.
한 달에 백만 원 정도만 안정적으로 벌 수 있다면 혼자 여유있게 공부하고 싶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논문들을 읽으면서. 뭔가 공부하고 싶은 건 많지만, 굳이 학교에 속해야 할까…. 얼추 7년 전에 했던 고민을 지금 다시 하고 있다. 학교란 수단이지 목표가 아니란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일까? 학교에 속하지 않아도 공부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있다면, 굳이 학교에 속해야 할까? 학사 제도가 강요하는 측면이 공부를 하는데 좀 더 자극이 된다는 건 알고 있다. 그래도….
예전에 어느 글을 읽으며(http://blog.ohmynews.com/booking/263881) ‘그래, 나도 전작을 읽는 걸 좋아하는데’라고 중얼거렸다. 내가 좋아하는 글쓴이라면, 난 그의 모든 글을 다 찾아 읽는 걸 좋아한다. 마치 스토킹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악착같이 찾아서 읽곤 한다. 당장은 다 못 읽는다 해도, 자료를 모아두고, 어느 날 몰아서 읽곤 한다. 어느 한 사람의 글을 연대순으로 읽는 건, 정말 아는 사람은 아는 즐거운 경험이다. 그의 글쓰기 방식, 문장 구조, 논리 전개 방식, 자주 사용하는 단어, 그리고 사유의 궤적까지를 알아 가는 것만큼 즐거운 것이 어디있으랴. 물론 어떤 사람은 작품이 너무 많아 다 읽기도 전에 지친다. 버틀러의 경우, 난 아직도 1990년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물론 예외도 있지만). 그럼 어떠랴. 자랑하려고 읽는 게 아니라면, 느려도 괜찮잖아.
누군가의 말처럼, 난 평생 독자로 머물고 싶은가 보다. 내 글이 출판되는 유일한 매체는 이곳, [Run To 루인]이면 좋겠고. 얼결에 이곳 저곳에 기고하고 출간된 글들은, 언제나 나를 부끄럽게 한다. 더 많은 내공을 쌓아야 할 텐데, 난 너무 성급했다. 그냥 이곳에 끼적거리는 것 정도가 나의 현재 실력인데…. 이러면서도 누군가 요청하면 거절하지 않는 건 또 무슨 심보냐? 흐흐.
가끔 하는 상상. 딱 10년 정도, 어떤 글을 생산해야 한다는 압박 없이 글만 읽고 싶다. 아마 10년이 지나면 “다시 10년 더!”를 외치겠지만. 흐흐. 난 분명 끊임없이 “조금만 더!” 혹은 “다시 10년”을 외치겠지만. 그렇게 10년이 지나면 난 충분히 잊혀질 테고. 🙂
믿을 지 모르겠지만, 이런 저런 진로 고민을 하고 있다. 이런 고민엔 학교에 다닌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도 포함된다. 난 무려 인생 진로 고민이란 걸 하고 있다. 사실 난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줄 알았다. 이제까진 대체로 이런 고민을 거의 안 했다. 언제나 분명한 것 같았다. 물론 학부에서 수학을 전공하겠다고 결정하기 전, 고등학교 1학년 때 어느 정도 갈등했다. 수학과 철학이라는, 내겐 너무도 비슷하지만, 분과학문에선 너무도 다른 구분으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좀 더 하고 싶은 걸 선택했다. 그래서 힘들어도 재밌었다. 물론 지금도 하고 싶은 건 대체로 분명하다. 세세한 주제가 갈등이긴 하지만. 그것을 어디로 가면 가장 잘 할 수 있을까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굳이 학제가 아니어도 괜찮다면 그냥 아르바이트로 살고 싶다는 바람도 꽤 강한 편이다.
그냥 이런 고민을 하며 산다. 이제 학생이란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고민이다. 생활비의 여유는 없어도 시간 여유는 있으니 가능한 고민이다.
수학! 수학! 수학! 진짜로 수학을 전공했어요? 이거 진짜 존경스러운데요!
난 한 달에 50만원씩만 누가 후원해주면 좋겠어요. 내가 그에게 뭘 바쳐야 할 필요는 없고 그냥 나의 가능성을 보고 후원해주는 돈 많은 사람이 어딘가에 있으면 좋겠다는-ㅅ-;;
저도요!!! 누군가가 그냥, 아무런 재능 없는 저에게 후원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흐흐흐.
근데 이거 은근히 4번의 성격일 지도 몰라요. ;;;
공부하고 책읽는 게 좋아서 평생 학생신분으로 사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어요. 50대 대머리 아저씨가 배낭매고 다니며 학생노릇하는 거 서양엔 그리 드물지 않다대요. 그땐 약간 부러웠는데, 실제로 공부해보니깐 전 머리터질 것 같아서 더는 못하겠더라구요. 생계의 압박감 없이 그저 책만 보며 살 수 있다면 그건 더 매력적일 듯;;
성적표만 없으면 평생 공부만 하고 사는 거 자신있어요. 흐흐. 그냥 쉬엄쉬엄 제가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다는 순진한 상상이랄까요… 흐흐. 하지만 확실히 생계가 가장 큰 문제예요… ㅠ_ㅠ
더 이상 학생은 지겹다고 생각하다가도 학생 아니면 뭐 할 건데, 라고 누가 물어 온다면 딱히 대답할 게 없어서 일단 그냥 계속 학생으로 버티려고요; (졸업이 멀어서 뭐 딱히 선택의 여지가 있는 것도 아니라죠..ㅋ)
흐흐흐 사실 저도 그게 문제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