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저녁엔 자료를 찾으려고 도서관에 잠시 들렀다가, 그냥 자리 하나 차지하고 책을 읽었다. 아멜리 노통브의 얇은 소설책 두 권. 하나는 『적의 화장법』. 지난 일요일 아침에 라디오에서 이 책을 소개했다. 몇 해 전에 읽었지만, 내용이 떠오르지 않아 다시 읽었다. 읽는 김에 최근작 『제비 일기』도 읽었다. 우연의 일치일까? 두 소설엔 공통점이 너무 많았다. 노통브의 소설 대부분에 등장하는 것만 같은 강간/성폭력, 글쓰기, 살인과 같은 주제/소재는 여전했다. 아울러 타인의 이름을 알고자 하는 욕망, 사랑하는 사람의 가장 내밀한 순간인 그의 죽음을 목격하는 행동도 똑같이 등장했다. 기시감을 느낄 정도였다. 내가 노통브의 소설을 열렬히 좋아한다면 시간 순서로 읽으며 차근차근 분석했을 거 같다. 내겐 노통브 소설이 그저 가끔 떠오를 때 읽는 정도라 다행이라면 다행. 그나저나 최근작 『제비 일기』엔 힘이 너무 들어갔다는 느낌이다. 어떤 의미, 은유와 같은 것을 만들려는 태도가 두드러져 재미가 덜했다. 세월이 지나도 살아 남는 고전을 쓰고 싶은 작가의 욕망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달까.
『제비 일기』를 읽으며 기시감이 들었지만 계속 읽은 건 소설 내내 흐르는 라디오헤드의 노래 때문이다. 내가 라디오헤드를 열렬히 좋아해서가 아니다. 그저 신보가 나오면 관심을 가지는 정도다. 라디오헤드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Creep”이나 [OK Computer]와 같은 앨범 때문이 아니라, [Kid A] – [Amnesiac] – [Hail to the Thief]으로 이어지는 스타일 때문이다. [OK Computer]가 나왔을 당시, 무척 많이 들었지만 [Kid A]를 듣고서야 난 이들을 좋아했고 각별한 관심을 가졌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제비 일기』에 등장하는 라디오헤드 음악이 모두 [Kid A] – [Amnesiac] – [Hail to the Thief]에 수록된 노래들이기 때문이다. 소설의 화자는 이 세 앨범을 가장 즐겨듣는다고 말하는데, 그 말에 무척 공감했다. 흐흐.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세 장의 앨범도 같이 들었다. 특히, 소설에 곡 제목이 나오면, 그 곡을 들으며 책을 읽었다. 이 재미가 각별했다.
아울러, 늦은 저녁에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거, 꽤나 괜찮았다. 무엇보다 지금이 시험기간이라 시험공부하는 이들로 가득한 곳에서 부담없이 소설책을 읽는 재미라니! 그래서 더 즐거웠다. *사악* 사실 나, 사람들이 모두 시험공부 중일 때 혼자 부담없이 소설책 읽으며 노는 거 꼭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름 뿌듯하기까지 했다. 왕유치한 거 나도 안다ㅡ_ㅡ;;;
음- 난 앨범을 제일 좋아하긴 합니다만-
노통브는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을 제일 좋아하고 나머지는 별로. 소설들이 다 비슷하고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잘난 척하는 그 느낌! 난 그 여자가 싫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여성영화제 포기했다니 아쉬워요. 나도 가난해서 <레인> 한 편밖에 못 봤지만. 잉잉-
[OK Computer]를 처음 샀을 땐, 거의 한 달 내내 이 앨범만 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요. 근데도 [Kid A]를 듣고서 좋아하기 시작했다니 좀 웃기기도 해요. 흐흐.
정말 노통브의 잘난 척이란! 흐흐흐.
[제비 일기]에 나오는 라디오헤드 얘기는 정말 공감갔어요. ㅎㅎ
아닌 게 아니라 아멜리 노통브 소설 중에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소재도 계속 반복되는 느낌이고.. 재활용한다는 느낌도 들고? ㅋ 그래도 재미있지만요~ [적의 화장법]은 아직 안 봤는데 읽어봐야겠어요.
그쵸그쵸? 정말이지 다른 부분보다 라디오헤드 얘기가 가장 공감이 갈 정도였어요. 흐흐흐.
예전에 읽은 건가, 싶은데도 아직 안 읽은 책은 읽는 걸 보면 재밌긴 해요. 크크크.
참 무거운 주제의 책들을 많이 읽으시는 듯 해요. 대단해 보인달까. 저는 해리포터 읽었어요 ^^;
아, 그게, 실제 읽으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인데도, 작가가 너무 힘을 주고 쓰는 것 같아요. 괜히 좀 있어 보이는 글귀를 쓰는 식으로요… 흐흐. ;;;
해리포터는 예전에 조금 읽다가 재밌어서 나중에 읽어야지 했다가, 시간이 지나니 너무 많아서 포기했어요. 크크크. ㅡ_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