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즈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요 며칠 분주하게 준비했던 행사가 한창인 시간이기도 했다. 나는 의자에 앉아 멍하니 비가 내리는 풍경을 구경했다. 가장 바쁠 법한 시간에 의외로 여유가 있었고, 긴장이 풀렸다. 어떤 글을 읽으며, 때때로 비가 내리는 풍경을 구경하며 조금은 어두운 복도에 앉아 있는 내 모습이 맞은 편 엘리베이터의 문에 비췄다. 어색했다.
쉬는 시간이 되었다. 사람들이 몰려 나왔고, 복도는 떠들썩 했다. 그 와중에 한 선생님께서 나의 이름을 확인하며 아는 척 해주셨다. 다름 아니라 『젠더의 채널을 돌려라』에 실린 글을 잘 읽었다고, 대학원 수업 시간에 사람들이 재밌게 읽었다고. 고마우면서도, 솔직히 놀랐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고백하자면, 난 이 책에 실린 다른 분들의 좋은/흥미로운 글과는 별도로 나의 부끄러운 글로 인해, 읽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은근히 이 책을 읽거나 수업교제로 다루는 경우가 있다는 걸 알고선, 놀라기 바빴다. 하긴, 어차피 이제 그 글은 나의 글이 아닌 걸. 누군가가 해석하는 글인 걸. 그럼에도 마치 나의 일부가 들킨 것처럼 겸연쩍었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행사를 진행하는 이들도 모두 방으로 들어가고, 복도에 혼자 남았다. 복도에 남길 원했다. 잠시나마 혼자 있고 싶었다. 정적의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편지를 읽으며.
이거.. 왜 이러십니까? ^^ 그 책 편집자가 누군데!! 크크..
농담이구요. 사실 저도 좀 놀라고 있어요. 의외로 읽은 사람이 많아서..
다음 작업도 이제 생각해야지요. ^^
그럼요! 그 책을 출판하기까지 편집장 님의 공은 이루말할 수가 없는 걸요! 헤헤. 🙂
사실 그렇잖아도, 편집장님의 독자 및 수요 예측, 내용 조율 방식, 교정 등에 감탄, 또 감탄하고 있어요.
그나저나 사람들이 위그의 근황을 물어서 참 난감하달까요. 흐흐흐. ;;;
조금전 갑자기 하늘이 깜깜해지고 천둥소리가 나더니 소나기가 내렸어요. 정적의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생각 저도 드네요
바깥의 자잘한 소리만 들리고 정적이 흐르는 시간을 갖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는 거 같아요. 하루 중 어느 순간엔 정적의 휴식이 간절하더라고요. 🙂
어젠 정말 비가 갑자기 내려 무척 놀랐어요.
라니 님 말씀처럼 지금 소나기 내리는 중.
전 상담소인데 집에 어떻게 갈까, 여기 더 머무르긴 싫고, 고민하는 중;ㅁ;
전 어제 소나기가 내리기 전에 돌아 다니다가, 건물에 들어가니 딱 소나기가 내려서 다행이었달까요. 흐흐.
그나마 당고가 댓글을 쓰고 나서 비가 그쳐서 다행이네요. 더 머무르기 싫은 곳에 있는데 나갈 수 없을 때만큼 곤란한 것도 없어요..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