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섯 살 무렵 살던 집에선 석유풍로로 음식을 했다. 풍로를 사용할 때마다, 석유를 채울 때마다 석유 냄새가 진동했다. 그래서일까? “휘발하다”란 단어를 들을 때마다 석유풍로가 같이 떠오른다. 아마, 석유와 휘발유를 헷갈렸기 때문이겠지. 정유소의 냄새는 싫지만 “휘발하다”란 단어는 좋다.
(비슷한 이유로, 사실 “풍로”보단 “곤로”란 말을 더 좋아한다.)
“기억이 휘발하다”라고 쓴다면 명백한 잘못이겠지. 하지만 이 표현을 좋아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형태를 바꿔가는 기억의 속성과 “액체에서 기체로 변하는 작용”이란 휘발의 정의가 닮았기 때문이다. 기억은 ‘왜곡’하지 않는다. 형태를 바꿔갈 뿐이다. ‘왜곡’이란 원본, 절대적인 진실을 가정하는데, 도대체 누구의 기억을 원본으로, 절대적인 진실로 말할 수 있을까? 모두가 “기억”한다는 점에서 “왜곡”이란 있을 수 없다. 그러니 기록이 기억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기록은 그 자체로 기억이자 기억의 시작이다.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 변화때문에,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기억 간의 간극을 확인하는 일은 즐겁다. 기억이 어떤 식으로 휘발했는지 어림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진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몇 가지를 기록하기 위해서다.
사사오입보다 더 한 방식으로 미디어관련법이 통과되었음을 기록하자.
이 와중에 대기업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금산분리정책 완화 법안도 통과되었음을 기록하자.
경찰이 시위를 진압한다고 테이져건을 쏘아 사람이 맞았다는 사건도 기록하자.
부산에서 폭우로 난리였을 때, 구의회 의원들은 해외관광을 떠났다는 사건도 기록하자.
이 외에도 기록할 일은 무수하다. 시발점으로서, 최소한 이 정도는 선별해서 기록-기억하자.
파란색 글씨를 읽고 울컥;;
으아아아~
정말 하루라도 편하게 지낼 수 있는 날이 없어요.
나중에 댁들 집권으로 수명 줄었다고 소송이라도 낼까봐요… 흐흐. ;;;
흑흑- 이제 정말 무서워요ㅠ
공포영화나 공포소설을 읽는 것보다 뉴스를 듣는 게 더 섬뜩한 나날이에요;;
테이져건을 쏘는 일까지 일어났군요….
그런데 저는 계속 패배적인 생각만 드네요. 기억하고, 기록하고. 그런다고 달라질까..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무늬만 바뀔 뿐…
이번 정부는 사람을 정말 패배적으로 만드네요.
아니 이번 정부가 그렇게 만드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이번 정부가 있게 만들어 준 이 나라 사람들이 그렇게 만든다고나 할까요..
가끔은 2MB 뽑은 사람이 누군지 알아내선 화라도 내고 싶달 까요… 하지만 또 이제 와서 그러면 뭐하나 싶기도 해요.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를 고민하는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요즘은 정말, 점쟁이 말이라도 믿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