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야에서 10년이면 달인이 되는 게 아니라, 그제야 비로소 초보를 면하는 거다. 그러니 조급함을 느끼지 말고, 그냥 묵묵히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되는 것.
(그러데 생계는?)
책방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모두 책을 많이 읽는 건 아니다. 하지만 손님들은 책방에서 일하는 사람은 책을 많이 읽거나, 모든 책을 다 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책을 많이 읽는 점원도 있고, 거의 모든 책을 다 아는 점원도 있다. 하지만 난 아니다. 난 부끄럽게도 가끔 책을 읽고, 내가 아는 책은 매우 적다. 그래서 손님들이 얘기하는 책의 대부분을 귀설어 한다. 그러니 내가 매우 당황하는 경우는, 책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 으헉. ㅡ_ㅡ;; 내가 가급적 하지 않은 일은 무언가를 추천하는 거고, 그 중에서도 음악과 책은 어지간해선 추천하지 않는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거니와, 내가 무언가를 추천할 정도로 아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하는 경우, “저도 잘 몰라서요….”라고 얼버무리거나, “책은 추천하는 게 아니라서요.”라고 단호하게 거절한다.
(드물게 추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상황과 자리가 추천해야만 할 때 뿐이다.)
혹시 이곳에 들르는 분들은 이런 경우 어떻게 하나요?
암튼 책을 읽은 역사를 더듬으면 10년은 족히 지났다. 10년이라니. 20년은 안 되지만, 독서의 역사가 얼추 20년에 가깝다. (넘었나? ;;; ) 그런데도 난 아직 책을 잘 모르겠고, 모르는 책이 잔뜩이다. 지금 나의 단계는 출판사의 홍보문구에 덜 낚이는 정도. 때때로 광고문구엔 혹한다. 물론 베스트셀러에 낚이는 경우는 없지만. 내게 베스트셀러는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이다. 딱 이정도다. 10년이면 달인이 된다지만 내게 10년 혹은 얼추 20년의 세월은, 초보는 간신히 면했지만 여전히 이제 막 책을 읽기 시작한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는 상태에 이르게 할 뿐이다. 누군가에게 추천할 수 있는 책 목록을 고를 능력은 없지만, 내게 고양이 같은 책, 사과 같은 책, 김밥 같은 책, 육류 같은 책을 구분할 수는 있는 정도. 딱 이정도다.
그러니 10년이면 달인 혹은 전문가가 된다는 말에서 10년은 그냥 숫자일 뿐이다. 나처럼 더디고 무딘 인간은, 20년은 더 파야 할 거 같다. 아니 30년은 파야 간신히 뭐라도 중얼거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강의를 할 때마다, 글을 기고 할 때마다 자학한다. “아직 강의를 하고, 글을 쓸 단계가 아닌데…”라며. 하지만 강의도, 글도 최소한 10년이 지나야 내공이 쌓이니 이래저래 한참 멀었다.
내일이 걱정이다. 으흑.
음- 전 친구들이랑 얘기할 때 나도 모르게 책 추천을 해버리곤 해요. “내가 요전에 뭔 책을 읽었는데 내용이 이래. (이러면서 줄거리 다 얘기함;) 재밌지? 한번 읽어봐!” 그러나 모르는 사람에겐 추천이 불가능할 듯. 제 친구들은 제가 추천한 책을 읽진 않고 그냥 저를 통해 줄거리만 파악하더라고요 으하하-
아마도 당고의 스토리텔링이 기존의 작가의 것보다 더 재밌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당고의 독후감엔 이야기의 힘이 살아 있거든요. 🙂
글고 당고는 제가 신뢰하는 몇 안 되는 책 추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