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혹은 과학자는 자신이 신이라도 된다고 믿는 걸까.
玄牝엔 TV가 없으니 MBC PD수첩을 못 봤지만 지금 MBC를 향한 무수한 악플들을 보고 있으면 일련의 몇 가지 ‘사건’들이 떠오른다. 작년 가을에 있은 이영훈씨 사건, 이승연씨의 “위안부 누드” 사건, 더 거슬러 올라가면 끔찍했던 2002년 월드컵. 그리고 이 사건들과 연결고리가 되는 일제식민지 경험과 박정희 독재 경험, 1980년대 민주화 운동 방식.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민족의 수치라고 말하는 당시의(그리고 여전한) 발언이나 지금, MBC에서 방송하는 광고 상품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하며 “아이러브 황우석” 같은 카페가 뜨는 것은 연장선상에 있다.
국익이 아니라 진실이 우선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국익’과 ‘진실’을 경합하는 것으로 여기는 태도는 누구의 국가/국익인지 말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국익 운운하는 태도나 “아이러브 황우석”과 별로 다르지 않다.
소위 진보 운동 단체라고 말해지는 곳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단체가 중요 하냐 성폭력(같이 사소한 문제)이 중요 하냐”이다. 민족이 먼저냐 ‘여성’운동이 먼저냐, 계급이 우선 하냐 ‘여성’운동이 우선 하냐 란 말도 모두 같은 내용이다. 이들 언설은 모두 ‘여성’은 단체/민족에 속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남성’만이 단체/민족 구성원일 수 있다는 의미이다. 국익과 진실이 경합할 수 있는 것은 그 진실이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테면, 별로 안 좋은 비유지만, 이번 사건이 정관수술이나 정소 제거와 관련 있다면, 즉 황우석 연구를 위해선 정관수술을 하게 된다거나 해도 이런 식으로 반응할까. 국익과 진실이 갈등하는 식으로 말할까.)
연구를 위해선 한 사람의 ‘여성’에게서 한 번에 10개 정도의 난자를 ‘채취'(채취라는 단어의 뜻을 생각하면 ‘여성’이 어떻게 간주되는지 너무도 분명해진다)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서 사용하는 호르몬 주사가 몸에 얼마나 해롭고 고통스러울 지는 조금만 생각해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황우석 문제를 (국가) 성폭력으로 볼 능력이 안 된다는 말인가. 진실은 도대체 누구의 진실이고 국익은 누구의 국익인가. 이 과정에서 ‘여성’/’여성’의 몸이 비가시화 되고 있는 맥락은 무엇이며, 난자기증 관련 기사의 제목이 “기증자”란 몰성적沒性的인 언어로 표시되고 있음을 말하지 않음으로써 비가시화되고 이득을 보는 자는 누구인가.
루인의 위치positioning에서 이 문제는 ‘여성’에 대한 폭력(violence against women: 성폭력)이기 때문에 황우석이란 인물, 황우석의 연구 방식, 그리고 이를 둘러싼 논란들이 모두 동일한 선상에 위치한다. 그렇기에 인터넷에서 접하는 황우석 지지, 비판 모두 불편하다. 황우석 비판이 가시적으론 MBC PD수첩에서 이루어졌지만 그렇다고 언론의 자유 운운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불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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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호르몬 주사의 고통을 상상할 수 없다고? (그런 사람만 읽으세요.) 그 강좌에서 선생님이 해준 비유를 그대로 하면, 열 번에 할 월경을 한꺼번에 한다고 상상해 보라고.
_M#]
음~ … 그렇군요.
성폭력까지는 동의 할 수 없지만 말씀하신 논지중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안녕하세요^^
공감하신다니 기뻐요. (답글이 여기서 끝나면 루인을 아는 이들은 이상하게 생각할 듯..흐;;;)
“성폭력까지는 동의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 어떤 맥락에서 그렇게 보신 건지 궁금해요. 일테면 성폭력을 어떤 식으로 개념화하고 있는가 하는 지점들이죠. 한국사회에서 성폭력에 대한 개념 정의는 무수하기에 빨간부리님은 어떤 식으로 위치짓고 있는지가 궁금한거죠. (혹시나 동의 못한다는 말에 이런 글을 쓰는 거라고-_-;; ‘오해’하진 말아주세요. 이렇게 어떤 다른 입장에 대한 얘기가 오갈 때 소통은 시작되고 대화는 풍성해진다고 믿거든요. 그래서 사실, 어떤 지점에서 공감하셨는지도 궁금해요. 다만, 그랬다간 댓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참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