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추스르기

첨엔 문자에 답장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답장은 할만 합니다. 전화를 받기는 힘듭니다. 울기 밖에 더 하겠어요.
+혹시나 이제야 소식을 접하고 문자라도 하시려는 분은… 댓글로 남겨주시길 부탁드려요. 염려해주는 마음이 너무 고맙지만 불시에 찾아오는 문자가 버거워서요.
집에 도착하면 리카가 좋아한 사료, 아미캣에 향을 피우고 있습니다. 새로 도착한 곳에서 잘 먹고 있겠지만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음식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요. 딱 일주일만 향을 피우기로 했습니다. 그러고 나면 49재때 마지막으로 향을 한 번 피울 예정입니다. 네.. 결국 제가 리카와 헤어지는데 필요한 시간입니다. 리카를 떠나보내는데 필요한 시간이며 죽음을 받아들이는데 필요한 시간입니다.
바람은 칭얼거립니다. 전에 없던 행동입니다. 특히 아침에 씻으러 갈 때면 불안한 듯 자꾸 따라오며 웁니다. 제가 씻으러 가는 것이 곧 외출 준비란 걸 알고 있는 거지요. 리카가 있을 땐 이러지 않았습니다. 저랑 같이 있을 때면 계속 놀아달라고 칭얼거립니다. 리카가 있을 땐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결국 바람도 무언가를 알고 있는 거지요.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겠지요. 시간이 흐르면 익숙해지겠지요. 그러니 억지로 익숙해지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울고 싶을 땐 울고, 바람이 놀자고 하면 바람을 마구마구 괴롭히면서 놀고, 밥 때가 되면 먹고…
그나마 글이라도 있어 다행입니다. 예전에 쓴 글과 지금 쓰고 있는 글. 글이라도 없었다면 저는 짜부라졌을까요? 제가 살아가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무려나 염려해주시는 분들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
리카 병원비와 장례비로 지출 타격이 상당하네요. 물론 제 욕심이 지출 규모를 키웠지만요. 화장하고 유골을 돌로 만들어 함께 돌아오는 버스에서 “열심히 돈 벌어야겠다”고 구시렁거렸습니다. 올 해 꼭 출간했으면 하는 원고가 있는데, 열심히 써서 출판할 잡지를 알아봐야겠습니다. 출판할 곳을 못 찾으면 낭패.. ;;

17 thoughts on “[고양이] 추스르기

  1. 이번 아가들 생일 때 리카랑 자리를 갖지 못한 게 후회돼요.
    안 그래도 결석 자료 좀 먹으면 병원에 가서 피검사 받으려고 하고 있어요.
    돈도 진짜 많이 들었겠어요. 사실 참이 때문에 돈을 좀 더 벌어야 하나 고민이에요. 아플 때에 대비해서ㅠ_ㅠ
    많이 힘들겠지만, 글로라도 풀어요. 계속 계속….. 안 그래도 힘들 거 같아서 전화나 문자는 삼갔어요.
    지금은 무리겠지만, 조금 나아지면 한 번 만나요. 고양이들 건강과 관련해서 상의하고 싶은 것도 있고요……

    1. 첨엔 문자가 괜찮고 위로였는데.. 어느 순간 무섭더라고요. 갑작스레 다가오는 비보같달까요.. 그래서 전화도 업무연락이 아니면 조심해서 받고 있어요.

      참은 좀 괜찮다고 하니 다행이에요. 병원비가 좀 많이 나갔죠?
      리카 병원비는 예상보다는 많이 안 나갔어요. 물론 여전히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요. 병원비보다 장례비를 좀 과다하게 지출했달까요… 미련이 많아 개별화장하고 돌로 만들고 하느라고요… 그래도 이렇게 하는 것이 나중에 후회하지 않겠다 싶었거든요.

      다음주 말고, 13일 월요일이 시작하는 주에 시간 괜찮으면 한 번 만나요…
      건강 잘 챙기고요.

  2. 안녕하세요 루인님 저는 별이예요
    작년 이맘때 봄밤 함께 걸으며 고양이 이야기꽃을 피웠던 기억이 나는데…
    좋아라 사진도 보여주셨죠?
    이야기속, 무늬도 바람도 다 컸는데 리카가 떠나네요
    글 읽고 아 퍼레이드날 이런 일이 있었구나, 그때 멀찍이 얼굴 뵜는데 쑥쓰러 말고 인사라도 할 걸 했어요
    오늘 비가 와서… 댓글 하나 남겨요
    저도 여기서 무늬와 함께 리카랑 바람이랑 루인님 생각하고, 촛불도 켜 둘게요

    1. 아… 그러고 보면 그 봄, 늦은 시간 고양이 얘기를 하며 즐겁게 걸었는데요… 벌써 일 년이 지났네요.. 아가들은 훌쩍 컸는데 리카만 아팠나봐요…
      무늬는 오래오래 건강하길 바랄게요. 정말로 어디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함께 하길 바라요…
      댓글과 촛불, 고마워요…

  3. ::문자::

    20110601 16:18 이채 / 루인 내가리카를위한부조금을조금내도될까요향이라도피우라고 계좌번호를알려주면보내고픈데

    20110601 16:31 이채 / 나요즘리카더캣블로그처음부터읽고있어요 리카가자기랑눈맞추는거며꼬물거리는아깽이들하며 내가다왈칵눈물이솟는다는.. 루인도힘내고잘먹어야돼요

  4. 이런.. 이 소식을 접하고 정말 놀랐고 마음이 많이 아팠어요. 루인님은 어떠실지.. 감히 상상도 못하겠어요..
    리카가 평안하게 쉬기를 바랍니다..

    1. 고마워요…
      정말 갑작스런 소식이기에 저도 비공개 님도 충격일 수밖에 없는 거 같아요.. 그저 시간을 두고 천천히 받아들이고 있달까요…
      리카에게 안부 전할게요… 고마워요…

  5. 루인님의 사랑이 리카를 더 좋은 곳으로 가게해줄 거라고 믿습니다.
    삶의 마지막 1년은 행복하게 지내라고 리카를 루인님께 보내준 게 아니었을까 싶구요. 누군가가.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갔을테니까 너무 많이는 슬퍼하지 마세요…

    1. 정말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갔길 바랄 뿐이에요.. 전 리카에게 못 해 준 일이 자꾸만 떠올라서 미안하지만요…
      가끔은 이런 운명을 리카가 알고 일부러 저에게 왔나 싶기도 해요..
      고마워요… 리카도 지금은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거라고 믿을 게요..

  6. ::안부문자::

    20110601 2143 이반지하 / 루인님 이반지하에요 너무오랜만이면서뜬금없죠 블로그보고문자드려요 보면서눈물이많이났어요 분명좋은곳에갔을거에요 하고픈말이많아서보내려던문자인데 막상어떤말을해야할지모르겠네요 잘추스리시고 추억을꼭안으시길…

    20110601 2152 이반지하 / 감사해요 루인님도바람도건강하세요 좋은곳에간그친구덕에 제가너무오랜만에 루인님께 문자할수있었네요 푹쉬시구요 제가도움될일있으면언제든말씀해주시구요

  7. ::안부문자::

    20110608 1851 깡통 / 루인 내내 할말을 못 찾다가 이제야 이야기를 해봐요 예뻤던 리카, 루인 맘에 잘 담아두고 루인의 마음도 평안하고 바람의 불안도 쉬 사그라들길 바래요. 루인과 바람 둘 다 너무 놀랐을 것 같고 쿵쾅거렸을 것 같아서 이젠 잔물결만 살짝 마음을 적셨으면 하는 바램이.. 리카의 아이들과 집사들 우리 모두모두 건강하게 잘살아요 ㅠㅠ

    1. 저도 그랬길 바라고 있어요… 저와 함께한 450여 일 시간이 즐거운 기억이길 바라고 또 바라지만… 못해준 일만 떠올라서요..

  8. 지금에야 봤네… 난 13년 기른 땡글이를 작년에 기관지 뼈까지 다 침투해 뼈가 녹는 말기암때문에 하반신 마비상태인 녀석을 철장에 가두고 직접 마사지해서 대소변 누게 하고 밥 먹이고 하며 지키다, 결국 밤마다 통증으로 우는 애를 내가 직접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서 내 앞에서 얼굴 잡고 눈 마주치고, 그 상태에서 마취주사 맞은 후 안락사 주사로 안락사시켰다. 지금 제일 후회되는 건, 처음부터 암인 걸 알았다면, 입원을 시키지 않았을 거라는 것 (서울대동물병원에서 진단받았음. 그런데 그 과정도 돈도 돈이지만 개에게 고통이 심해. 사람처럼 가만히 있질 않으니 기도삽관으로 마취해야하고 인공호흡기 끼고 CT MRI 이런 거 다 찍어야해서 오히려 고양이, 개에게 더 큰 고통일 거라는 생각이 나중에 들었다. 물론 최종 진단을 위해서는 불가피했지). 그냥 같이 있다 갔어야 하는데 낯선 곳에서 철창 속에 있는 게 굉장한 스트레스였기 때문에 그게 참 미안하다.

    그리고 리카가 눈을 못 감은 건, 개나 고양이는 급격히 체온이 저하되서 그렇단다. 땡글이 안락사 때 의사가 주사 놓을 동안 나한테 눈을 누르고 있어야 감게된다고 말해주더라. 그렇게 해서 눈 감은 채 세상 떠났고, 엔젤스톤에 가서 화장하고 스톤으로 만들어 지금 우리집 서재 한 구석에 사진과 함께 있다. 우리도 49재까지 내내 좋아하던 음식 줬고, 49재때는 제사 식으로 좋아하던 음식 줬고, 그 후에도 계속 맛있는 거 먹을 땐 같이 줬는데, 새로 호동이 만나기 전, 어머니 꿈에 땡글이가 집 문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가 나가서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고, 놀라서 깨셨어. 그래서 가족 모두 땡글이가 이제야 저 세상으로 갔구나… 하고, 그동안 자유로우라고 열어놓은 스톤 함(다기 용기에 넣었음)을 닫았다. 아마 너한테도 조만간 멀리 떠나게되면 꿈에 나타날 꺼야. 완전히 떠나기 전엔 땡글이 꿈을 난 자주 꿨어. 내 옆에서 살살 걸어다니거나 편히 자는 꿈.

    신기한 건, 어머니가 꿈을 꾼 바로 몇일 후, 우연히 길거리에서 호동이를 아줌니와 내가 보곤, 곧바로 데리고 온 거야. 그래서 우린 요새 땡글이가 호동이로 왔나보다.. 하고 위로하며 산다. 가끔 땡글이 사진과 유골함 앞에 가서, 여러 얘기도 하고.

    마음 많이 아프고 몸도 아플 거다. 난 그 후에 고열의 신우신염이 왔고, 지금까지 몸이 안 좋다. 몸 조심해. 어떤게 좋은 판단인지는 아무도 몰라. 사실 나는 내가 안락사 시키면서도 떙글이는 끝까지 아파도 살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이 아직도 남아있어. 앞으로 더 고통스럽고 마비상태에서 힘들 거라는 거는 내 관점이기 때문에, 여러 죄책감도 들고. 그래서 호동이게 지금 더 잘하게 되는 것도 있음.

    그런데 우리 호동이, 지금 지난 주 처음 배냇털 밀고 스트레스가 극도의 신경질환으로 와서, 걷길 거부하고 있다. 그래서 일주일 째 완전 푹신한 담요에서 나오지 않고 밥도 그 안에서 먹고 나오면 큰일나는 줄 알고… 의사는 시간 두고 기다리라고, 다 극복한다는데, 이게 무슨 짓인지… 호동이에게 앞으로 그 안에서 나오지 못해도 내가 지켜주마… 그러는 중이다. 잘 극복해라.

    1. 저도 마지막에 병원에 데려간 게 잘 한 일일까 고민하고 있어요. 그냥 집에 있었다면 좀 더 편하게 떠나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병원 환경과 치료 과정이 아픈 아이를 더 아프게 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어서요… 그래서 병원에서 살리고 싶으면서도 자꾸만 미안하더라고요..

      눈을 못 감은 게 속상했는데 체온 저하 때문이네요.. 아, 저도 엔젤스톤에서 스톤으로 만들었어요. 차마 그냥은 못 보내겠더라고요.. 그래서 책장 한 곳을 비워서 초라하지만 작은 자리를 하나 마련했고요..

      그 오랜 시간 든 정을 떠나보내려면 선생님은 얼마나 힘드셨을까 싶어요.. 정말 몸이 아프지 않을 수 없을 테니까요.. 슬퍼하고 슬픔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몸이 엄청 고되단 걸 새삼 깨닫고 있어요…

      선생님.. 정말 고마워요.. 호동이와는 오래오래 별 탈 없이 지내길 바라요..
      그리고 리카 병문안 갔을 때 털을 미는 아이들을 여럿 봤는데요… 스트레스를 상당히 많이 받더라고요… 호동이는.. 선생님이 있으니까 잘 극복할 거예요..
      선생님도 더는 어디 아프지 않고 건강하시고요!

  9. 아….리카가…무지개 다리를 건넌건가요…글을 띄엄띄엄 보다가…이글을 보고 너무놀라서 전화를 드릴까하다가 지금 제 핸드폰에 문제로 기존에 저장되어있던 전화번호가 다 삭제되는 바람에
    연락을 드릴수도 없네요…일단은..마음 좀 진정시킨후에..문자라도 보내주시면 좋겠어요..

    1. 가장 먼저 연락을 드리려고 했지만 너무 미안하기도 해서 차마 연락을 못 했어요.
      미안해요…
      곧 연락 드릴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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