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두어 달 전 필기구를 잔뜩 샀다. 일 년은 걱정 없이 쓰겠다고 중얼거렸다. 근데 필기구를 추가로 더 사야 한다. 그동안 펜을 열심히 굴렸다는 점이 기쁘다. 헤헤.
그나저나 펜을 추가로 더 사야하는데 왜 이렇게 설레는 건지.. 으하하. 물론 살 예정 품목은 하이텍 0.3mm 리필용 심이 전부지만 펜을 사러 가야한다는 것만으로 좋다니.. 나도 참… 근데 새로운 펜을 구경하는 일은 정말이지 언제나 신난다. 흐흐. 근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ㅠㅠ 리필용 심과 일회용 펜의 가격이 비등하다. 심지어 리필용 심의 용량이 훠얼씬 적은데도!! -_-;;
02
요즘 업무보조 알바를 하고 있다. 무척 단순한 일이고 종일 근무가 아니라 나쁘지 않다. 가장 좋은 점은 근무 시간에만 신경 쓰면 된다는 것.
작년 5월 초까지 헌책방에서 알바를 했다. 그 당시, 활동 및 전공과 무관한 알바로 생계비를 마련하며 활동을 유지하는 생활 방식을 고민했다. 그땐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생계비도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단 바람을 품었다. 하지만 활동이라는 게 그렇지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것이 활동은 아니다. 때론 내가 크게 관심이 없는 일도 해야 한다. 아울러 회의 시간이나 특정 시간대에만 고민을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모든 일상이 활동에 얽매일 때가 많다. 일이 있건 없건 일요일에도 신경을 써야 하고, 저녁이나 밤에도 일이 생길 수 있고. 이렇게 신경을 쓰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다. 그것이 내가 너무 좋아하거나 관심이 많은 일이라면. 하지만 나의 주요 관심이 아닌 일을 꾸준히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선 얘기가 달라지더라.
돌아보면 헌책방 알바는 참 편했다. 알바하러 간 그 시간에만 신경을 쓰면 되니까. 알바가 끝나면 알바 일거리로 고민할 필요가 없으니까. 바로 이것이 나를 매혹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혹은 내가 관심이 많은 분야의 일만 하면서 먹고 살기는 어렵다. 트랜스젠더 이슈, 젠더와 의료기술 이슈로만 글을 쓰거나 특강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가능성은 적다. 알바나 생계비 마련을 위한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지장을 주지 않는 그런 일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기 시작했다. 알바는 알바, 나의 관심은 관심이라는 분명한 구분을 바라기 시작했다. 알바나 생계비 마련을 위한 일이 내 삶 전체를 흔들면서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되는 일이 없길 바랐다.
헌책방 알바가 그렇고, 그 이후 한 알바도 그렇고, 지금 하고 있는 알바도 그렇다. 알바하러 가서 그 일만 하면 끝이다. 퇴근하고 나면 더 이상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퇴근 이후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적어도 알바 업무로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런 고민과 욕망은 내가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 걸까와 관련 있다. 주로 단체에 적을 두며 운동하는 활동가로 사는 것, 내가 바라는 삶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 한땐 단체 활동가로 사는 삶을 바랐다. 동경한 건지도 모르지만. 근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공부를 하고, 글을 쓰고, 강의를 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더라. 나의 공부가 젠더 이슈나 트랜스젠더 이슈 관련 운동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다. 하지만 기여는 내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흐.
아무려나 요즘, 생계비 마련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과 분리하는 것이 좋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다. 일 년에 글 두 편 쓰고, 그 글로 일 년치 생계비를 마련할 수 있다면 최고지만. 크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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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한 책이 슬슬 나가고 있습니다. 근데 받으신 책엔 특별한 선물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고양이 털… ;;;
이 덧글 언제보실지 모르지만, 15일 수요일 이태원 제 2동 주민센터에서 1시부터 6시까지 벼룩시장이 열린데요. 남은 책같은거 가서 내놓으시면 어떨까 하는데..생각해보니 미리 주민센터에 연락하지 않으면 힘든건가 싶기도 하고. 어쨌든 내일 막걸리와 전도 무한리필이라네요 이태원에 사시는게 생각나서 오지랖 넓게 덧글달고 가요.
아아… 덧글은 15일 아침에 확인했어요… 다만… 15일 오후에 다른 일정이 있어서 못 갔달까요… ;ㅅ; 아쉬워요.
아무려나 이렇게 유용한 정보를 알려주셔서 너무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