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바람의 일상

01
집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다 고개를 돌리면 바람은 발라당 드러누워 자고 있거나 혼자 놀고 있다. 여름이 다가오자 발라당 드러눕는 일이 늘었다.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노트북이 디카 인식을 거부한다. -_-;
예전 사진으로 대체하자면 이런 식이다.

02
외출했다가 집에 오면 바람은 늘 책장 구석에 숨어 있다. 난 하루 종일 구석에 숨어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걱정이 많았다.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제야 바람은 구석으로 숨었다. 첨엔 우연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벌써 두 번째 목격. 문을 열고 내가 집으로 천천히 들어가면 바람은 이미 구석에 숨었지만, 빨리 들어가면 구석에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냥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상반신만 구석에 들어가 있는 바람은 고개를 내게로 돌리는데 그때마다 눈이 마주친다. 나를 빤히 보면서 바람은 슬금슬금 구석에 들어간다. … 이 녀석이!
03
참과 카카가 겁이 많다는 글을 읽으며… 바람에 비하면 양호하단 느낌이다. 바람은 어느 정도냐면 내가 옷만 들어도 겁 먹고 도망간다. 뭔가 바스락 소리만 내도 놀라고, 물건이라도 떨어뜨려 소리가 나면 이미 어딘가에 숨고 없다. -_-;;
바람의 성격이 사람으로 치면 매우 예민하다 할 수 있다. 그러니 말랐을 거 같지만 아니다. 포동포동, 뱃살이 장난 아니다. 그래서 쓰다듬으면 따뜻하고 좋다. >_<
04
요즘 바람을 베고 눕곤 한다. 바람이 발라당 뒤집어져 있으면 바람의 배에 내 귀를 살짝 올린다. 그 상태로 한 손으로 바람의 얼굴을 쓰다듬으면 바람은 골골거린다. 골골거리는 소리가 귀에 생생하게 들리는데 귀청이 떨어질 것만 같다.
이 느낌이 좋아 하루에 한 번은 바람을 베고 눕는다.
05
병원에 갔다 왔다.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를 하기 위해서다. 혈액검사는 리카가 떠난 일을 계기로, 초음파검사는 바람이 결석이 생기는 체질이라.
리카가 떠난 이후 바람을 병원에 데려가야지, 데려가야지 하면서도 못 갔다. 리카 병원비와 장례비용이 상당해서(내가 과도하게 욕심내서) 알바비 입금을 기다려야 했다. 구석에서 나오지 않으려는 바람을 간신히 꼬셔서 병원에 데려갔다. 이동장에 넣을 때부터 저항하더니 이동장에 들어간 순간부터 세상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아놔. 병원에 가는 동안, 길에서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게 울었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쳐다보고 웃고… 집사는 그저 웃지요… 병원에서도 서럽게 울더라. 의사는 그저 웃으며 집밖에만 나오면 이렇게 우는 애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검사할 땐 정말 얌전했다. 혈액검사를 위해 피를 뽑을 때도 얌전, 결석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검사를 할 때도 얌전했다. 의사가 말하길, “냥냥거리지만 정말 얌전하네요.” 흐흐. 얌전하다는 말에 왜 이렇게 뿌듯한지..;;;
초음파검사 결과 현재 결석이 전혀 없다고 판정. 의사는 결석이 있는 어떤 아가의 초음파사진과 바람의 초음파사진을 비교하면서 상세하게 설명했다. 아울러 초음파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도 챙겨주더라. 흐흐.
혈액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검사항목: Glucose   결과: 123   정상치: 63-140
검사항목: T-Cholesterol   결과: 123   정상치: 73-265
검사항목: BUN   결과: 37 / H   정상   치: 17-35
검사항목: Creatine   결과: 2.1    정상치: 0.7-2.1
검사항목: GOT   결과: 19   정상치: 13-46
검사항목: GPT   결과: 65   정상치: 29-186
검사항목: ALP   결과: 76   정상치: 15-96
검사항목: T-Bilirubin   결과: <0.2   정상치: 0-0.2

GOT, GPT, ALP 등 간기능 관련해선 무척 건강하다고 판정. BUN은 실험기구의 오차범위에 들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BUN과 Creatine은 6개월 혹은 1년 뒤에 다시 검사했을 때 결과와 비교하며 추이를 살피면 되고, 지금은 괜찮다고 했다.

그리하여 최종 검사 결과는 건강!
리카에게 미안했다. 바람을 더 잘 보살피는 수밖에…
06
그나저나 바람과 참의 만남(남매 상봉)을 주선하려 했다. 오랜 만의 만남에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하지만 오늘 바람의 태도, 참의 외출 경험을 감안하면… 휴우… 천천히 고민하자…

8 thoughts on “[고양이] 바람의 일상

  1. 순순이가 그랬어요. 병원에 정기검진 갈 때마다 온 동네가 떠나가라고 울어대곤 했죠. 처음엔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몰라요 ㅎㅎㅎ

    1. 아.. 정말 날 밝은 시간이라 다행이었지 늦은 저녁이었다면 병원 가는 걸 포기했을 거 같아요.. ;ㅅ; 흐흐

  2. 바람이 건강하다니 기쁜 소식입니다!
    앞으로도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루인님두요 ^^

    1. 고마워요. 혜진 님도 늘 건강하길 바랄 게요.
      순순씨도 오래.. 정말 오래오래 건강하길 빌고요.

  3. 건강하다니 다행!
    집 앞 병원에 갔나 보네요 ㅎㅎ
    남매 상봉이라 해도 전혀 못 알아볼 거 같음……;
    그러나 천천히 추진!

    1. 참은 계속 걱정이네요.. ㅠㅠ
      남매 상봉에서 알아보는 건 둘째 문제고 외출이나 할 수 있을지가 더 문제랄까요.. ;; 흐흐.

  4. 오랫만에 정말 오랫만에 리카의 소식을 확인하러 왔는데.음..바람이가 잘 지내길 빌게요..
    전 한동안 미뤄두었던 전공의 수련을 받고 있어요..그래서 제가 키우던 고양이와 강아지는 남편이 키우고 있습니다. 집에 갈 시간이 별로 없거든요.밥을 못먹고 잠을 적게자는 것은 많이 힘들진 않습니다. 학생때부터 단련된 일이니까요..사람들의 시공간과는 다른 병원안에서의 일상도 괜찮습니다. 이제 병원의 공기가 더 익숙하니까요..하지만, 가끔 당직실 좁은 침대에 몸을 뉘었을때 아이들의 털냄새와 촉감이 떠오를 때면, 모든 걸 팽개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질때가 있어요..
    이런게 그리움 이겠죠..
    12살 남자아이의 척추 천자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아플때 부모가 냉정하고 빠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면 생각보다 안좋은 결과로 나아갈때가 있어요. 이틀전 이 아이의 부모에게 같은 검사를 권유했지만 거부 했습니다. 오늘 늦은 저녁 아이의 의식상태가 변했어요.
    부모는 지금 울고 있습니다. 안타까움과 짜증이 동시에 느껴진다면 저는 아직 애송이 의사인 걸까요..
    상급병원이라 중환이 많습니다. 죽음이 일상인 곳이기에 냉정을 유지하려 하지만 가끔..아니 자주 지칩니다. 죽음을 수시로 설명해야 하는 나의 역활에 대해서요..이 아이는 죽지는 않을 겁니다.

    오랫만인데, 우울한 이야기를 하네요. 음..미안요..
    언제 살고 죽느냐는 누구도 결정내리기가 힘든 문제라, 살아있는 동안 행복하게 살자는 것 밖에는 알지 못해요. 루인과 바람이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바래요.

    1. 읽다가… 안타까움과 짜증을 동시에 느낀다는 구절에 묘하게 공감하고 위로받았어요..
      리카를 걱정하던 시간… 저게 느꼈던 여러 복잡한 감정을 건드리면서 위로받는 기분이랄까요..

      오랜 만이라 좋은 소식, 휴식이 될 법한 소식을 전해드려야 했는데… 죄송해요.
      수련 기간이라니 정말 많이 피곤하시겠어요. 제가 상상할 수 없는 그런 강도로 일하고 계시겠죠? 특히나 죽음을 설명해야 하는 일이라니.. 정말 진이 빠지고 쉽게 지치실 거 같아요. 익숙할 수 없는 일일 테니까요…

      비공개 님도 늘 행복하길 바랄게요. 두 아이도 언제까지나 건강하길 바라고 또 바라고요..
      다시 한 번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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