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뭔가 말을 쓰면 좋겠는데 딱히 할 얘기가 없다.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닌데 말로 풀 상태가 아니다.
ㄴ. 참 묘하지. 추석 잘 보내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뭔가 껄끄럽다. 그럼에도 추석 잘 보내라는 말을 했다. 특정 누군가에게 해선 안 되는 말이란 느낌이기보다, 그냥 이 말 자체가 묘하게 불편하다.
ㄷ. 고인은 당연히 부재한다. …그런가? 고인은 정말 부재하나? 부재한다면 어떤 모습으로 부재할까? 만약 부재에 형태가 있다면 그것은 존재 증명 아닌가? 그렇다면 확인할 수 있는 부재는 존재함이지 부재라고 부를 수 없지 않을까? 부재를 확인할 수 있다면 그것은 부재가 아니라 존재고, 부재를 확인할 수 없다면 그것은 인식 외부로 추방/배제되었다는 점에서 부재가 아니다. 그렇다면 부재란 것은 불가능한 것 아닐까?
ㄹ. 가을이 오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계절도 바뀌고 세월도 흐르고 있다. 지난 봄엔 봄이 오는 줄 몰랐다. 봄꽃이 피기 전 부산에 갔는데, 서울에 돌아오니 봄꽃이 지고 있었다. 가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이 훌쩍 흘러갔다.
ㅁ. 어떤 두려움이 있다. 내년 봄엔 아무 일도 없길 바랄 뿐이다.
ㅂ. 동무가 있어, 벗이 있어 삶을 잘 지탱하고 있다. 다행이다. 참 다행이다. 그리고 고맙다. 정말 고맙다.
벗이 있어 다행입니다.
아무 일도 없는 나날이 되길-
아무 일도 없는 날이 되길…이라는 말이 참 절실하단 느낌이에요. 아무 일도 없는 날을 만들기가 참 쉽지 않죠? 비공개님 역시 그러할 거고요…
부디 좋은 벗과 아무 일 없는 일상을 영위할 수 있길 바라고 또 그렇게 살아가도록 노력해요…
친척집이 죄 같은 동네라서 명절이 싫어요. 들러도 안 들러도 어쨌든 욕 먹어요. 그래서 ‘지척에 사는 애가 코빼기 안 비친다’고 아무리 야단들을 쳐도 조금 덜 불행해지기 위해서 꿋꿋이 안가요 저는.
가봤자 온통 고기판이기도 하고, 또 언젠가 “채식? 참 남들 안 하는 거 한다”고 이모들 중 하나가 비아냥대는 소릴 듣고 심하게 체했던 일도 걸리고, 성별분업 확연한 분위기라 마냥 짜증도 나고, 왕따까지 당하고(-_-;). 암튼 저에게 명절이란 건 즐거이 보내야 할 휴일이 아니라 견디거나 피해야 할 고난의 똥물.
그러게요 이럴 때 내내 집에서 함께 뒹굴거릴 룸메랑 고양이’들'(구름이랑 호두라는 냥님도 오셨어요ㅎㅎ)이 있어 얼마나 고맙고 다행한지 몰라요. 이럴 때, 그리고 물론 힘든 순간에. 고맙고 또 고마워요.
아웅 고양이가 늘었네요! 그렇잖아도 냐옹이 소식이 궁금했거든요. 헤헤.
고양이가 있어 참 다행이에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니까요…
명절은 정말이지,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데 혹은 극소수만 행복한데 왜들 이 제도를 유지하는지 모르겠어요. 누군가는, 혹은 어디선가 이 선을 끊어야 할텐데 참 기괴한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으니 모를 일이에요.
힘내세요! 제가 가까이에 살았더라면 필요한 때에 탁묘라도 해드려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드릴텐데.
말씀만이라도 고마운 걸요!
그러고 보면 정말 가까운 곳에 살았다면 참 재밌었겠다 싶기도 해요. 헤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