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에 나온 <여/성이론> 27호에 저와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글이 세 편 실렸습니다. 각 글의 주제에 관심 있는 분이 많을 듯하여 홍보합니다.
자세한 목차는 http://goo.gl/XwxO7 참고하시고요.
우선, 미국의 인터섹스(간성) 활동가 체릴 체이즈Cheryl Chase의 인터뷰 논문이 실렸습니다. 책임 번역자는 제이 님이고(제이 님이 번역을 워낙 잘 하셔서 문장 읽는데 어려움이 없을 거라 단언하고요) 기획은 리카패밀리에서 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네 분이 함께 세미나를 하는 모임이고요. 한국에서 인터섹스와 관련해서 충분한 논의를 살필 수 없는 상황이라 이 글을 번역하자고 논의했고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출판되었습니다. 기획의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획 의도::이 논문은 피터 헤가티가 미국 간성(인터섹스) 활동가 셰릴 체이즈와 인터뷰한 글이다. 셰릴 체이즈는, 본문에도 나와 있듯, 1990년대 초반 간성 단체 ISNA를 설립하고, 관련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자신의 삶과 활동 경험을 밑절미 삼아, 이 인터뷰 논문에서 체이즈는 간성의 경험, 페미니즘과의 접점, 퀴어운동과의 교차점 등을 논한다.한국에서 간성 논의는 사실상 부재한다. 의학에서 치험례를 다룬 논문 몇 편, 트랜스젠더 논의에서 부분적으로 언급하는 글 정도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간성 이슈는 매우 중요하다. 간성의 몸 경험은 규범적 인간 몸을 다시 사유할 것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이원 젠더-섹스, 의료기술과 젠더화된 몸의 관계 등을 근본적으로 사유할 것을 요구한다. 이것은 간성 이슈가 소재로 중요하다는 뜻이 아니다. 지금까지 어떤 몸만 인간의 몸으로 사유했는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특정한 범주 존재의 삶을 어떻게 누락하고 은폐하는지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간성의 몸이 ‘특이’해서가 아니라 간성의 몸과 삶을 사유하지 않는 현재의 인식체계가 문제라는 뜻이다. 헤가티와 체이즈의 인터뷰는 한국 사회에서 누락된 간성 논의에 중요한 참조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이 논문의 의의는 단순히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어떤 논문은 개인의 삶을 추상적 논의로 만들면서 구체적 삶을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계기는 제공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간성 개념은 배울 수 있지만 간성의 삶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상상해야 하는지, 간성과 어떻게 관계 맺어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는 식이다. 본 논문은, 로쿠하나 치요의 만화 『남자도 여자도 아닌 성 아이에스』와 더불어 간성 이슈를 조금은 더 구체적으로 사유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이 글 번역은 리카패밀리가 기획했다. 리카패밀리는 장애-퀴어 이슈를 함께 공부하는 공동체로, 황지성, 제이(김진선), 전혜은(당근), 루인이 구성원이다. 세미나의 일환으로 본 논문을 읽었고, 이 논문이 현재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번역하기로 결정했다. 전문 번역은 제이가 담당했다. 제이는 장애여성공감에서 활동했고, 현재 한국여성민우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리카패밀리를 조금 더 소개하면, 장애-퀴어 이슈를 함께 공부하는 세미나 모임입니다. 장애-퀴어/트랜스젠더-페미니즘이 교차하는 지점의 이론을 공부하고 관련 글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제가 작년 여름에 출판한 “수잔 스트라이커” 소개글을 읽으셨으면 ‘장애-퀴어 세미나’ 팀에게 고맙다고 한 구절을 확인할 수 있을 텐데요. 같은 모임입니다. 스트라이커도 세미나 팀에서 같이 얘기를 나눈(이건 저의 열렬한 애호와 팀원의 열렬한 호응이 결합한 경우죠 크크) 이론가 중 한 명이고요. 그래서 어떤 의미에선, 수잔 스트라이커 소개글 역시 리카패밀리의 성과기도 합니다. 아울러 이번에 출간된 책 <성의 정치 성의 권리>에 실린 저의 글 “괴물을 발명하라”에도 장애-퀴어 세미나 팀에게 고맙다고 했는데요. 같은 세미나 모임입니다. “괴물을 발명하라”의 일부분은, 이 세미나가 없었다면 결코 쓸 수 없었을 거고요.
리카패밀리 얘기를 하는 이유는, 만성질환 및 수잔 웬델을 소개한 글 두 편 역시 리카패밀리의 자장에 위치하기 때문입니다. (본인 동의 없이 막 이렇게 우기기.. 크크. ;;; )
수잔 웬델이 쓰고 전혜은이 옮긴 “건강하지 않은 장애인:만성질환을 장애로 대우하기”는 장애 이슈에 관심이 있건 없건 꼭 읽으셨으면 합니다. 흔히 장애를 사회적 범주로 해석하면서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는 태도를 어느 정도 경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인식론적 전환임에도 몸이 아픈 것 자체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는 남습니다. 바로 이 지점, 아픔, 손상, 고통을 다르게 의미화하는 것과는 별개로 몸이 아픈 현상 자체는 남고, 그렇다면 이 아픔과 어떻게 관계 맺을까는 여전히 고민인데 이것이 이 논문의 핵심입니다. 이 정도 설명이면, 아마 많은 분들이 자신의 경험과 연결됨을 깨달을 듯 합니다. 이를 테면, 장애나 아픔과 같은 경험이 아니라고 해도, 내가 퀴어고 퀴어라서 즐겁고 하는 것 등은 다 좋은데, 그럼에도 때때로 즐겁다고만 말할 수 없거나 자신을 부정하고 싶기도 하는 등 복잡한 감정을 느끼니까요. 이런 복잡한 고민에 어떤 위로를 주는 논문이 아닐까 합니다.
전혜은이 쓴 “수잔 웬델: 손상의 현상학자”는 수잔 웬델을 소개한 논문인데요. 간단하게 소개하면, 몸으로 쓰는 글이 무엇인지 그 진수를 맛볼 수 있습니다. 꼭 읽어보셔요.
본인의 동의가 없긴요… 난 웬델 글 기획할 때부터 세미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었음? ㅎㅎ
왜 이러세요 나 서운할라 그럼 ㅎㅎㅎㅎ
근데 내 글 소개는 낯간지럽구료…아 진짜 코 주위에 뾰루지가 0ㅅ0 (벅벅)
몸으로 쓰는 글이라고 하기엔 너무 대략 써서.. 특히 퀴어 논의 제대로 못 넣고
지나간 게 많이 아쉬운 걸요-_ㅜ 다시 보자니 너무 쉽게 쓰자고 제대로 깊이있는 통찰을
못 하고 지나간 부분들이 여기저기 튀어나와서 부끄럽고….ㅎㅎㅎㅎ
몸으로 썼다면 특정부위(…발?)로 쓴 글…?
아 근데 글 홍보는 해야하는데 글쓴 사람이 이렇게 부끄부끄한 답글 달고 있으면 실패인가!! 0ㅁ0!;;;
루..루인 어서 아니라고 글 괜찮다고 수습하는 대댓글을 달아줘요;;;ㅎㅎㅎㅎㅎㅎㅎㅎ
(이렇게 떠넘긴다..)
글 서두에 아무 표현도 없었고(흥!) 왠지 이렇게 쓰는 것이 예의(음?) 같달까요. 크크크. ;;
오.. 발로 대충 써서 이정도라고 자랑하시는 건가요? 그런 거죠? 후후
자기 글 홍보는… 저도 뻔뻔하게 곧잘 하는데요.. 저 보다 글 잘 쓰시니 열심히 홍보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