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12월 24일 이었다. 크리스마스이브라고 “특별히” 저녁에 일을 하지 않았고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끝났다. 평소라면 9시 혹은 10시 즈음까지 일하는 알바 팀이 따로 있었지만 크리스마스이브니 일찍 끝난다고 했던가.
당시의 玄牝으로 돌아오는 길, 무슨 음악을 들을까 하다가, 며칠 전 산 앨범에 끼워준 샘플러 시디를 골랐다. 당시엔 몰랐지만 이후에야 알았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소장하고 싶어 했다는 알레스 뮤직의 샘플러 세 번째 앨범. 알고 골랐다고 하기 보다는 그냥 한 번 들어보고 싶었기에 선택했다. 어떤 음악이 들어 있나 궁금했기에. 혹은, 언제나 그렇듯 앨범이 루인을 부른 건지도 모른다.
회사에서 나와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은 추웠고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크리스마스이브이니 그럴 만도 했지만, 사람 많은 곳을 유난히 싫어하기에 서둘러 걸었다. 어느 거리였던가. 귀로 흘러 들어가는 소리. 기타 연주에 이어 흐르는 음악.
Eva Cassidy의 Autumn Leaves였다. 음악이 몸에 흐르는 순간, 숨이 막히는 느낌과 함께 멈춰 섰다. 자리에 주저앉을 뻔 했고 눈물이 났다. 그 순간만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기만 했다.
Eva Cassidy와는 그렇게 닿았다. 이후 Eva Cassidy의 모든 앨범과 닿았고 이 계절이면 습관처럼 Eva Cassidy의 음악을 떠올린다. 이 계절이 좋은 이유 중 하나는 추억이 묻어있는 음악이 유난히 많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날이 날이니 만큼 종일 Eva Cassidy의 음악을 들으며 보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