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저는 의도적으로라도 국가가 개인의 섹스-젠더를 관리하는 행위, 관리할 수 있다는 상상력을 해체하는 것이 제가 지향하는 (제도적)운동의 한 방향이라고 주장하려 합니다. 얼마 전 외부성기재구성 수술을 하지 않은 ftm이 호적 상 성별변경/성별정정을 허가하는 판결 이후, 이런 판결이 mtf에게도 적용되었으면 한다는 말을 한 적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순차적인 느낌으로 법/제도에 개입하고 싶지 않아요. 그냥 국가가 왜 개인의 섹스-젠더를 관리하는지를 질문하고 이런 제도 자체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야지요.
두 가지 이유에서 이렇게 말하려고 합니다.
첫째, 좀 더 포괄적 문화운동이 아니라 법과 제도적 변화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이것이 저의 1차 지향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마치 지금보다 약간만 더 달라지는 걸 얘기하다보면 정말 제가 말하고 싶은 바를 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고 싶지 않아요. 처음부터 제가 말하고 싶은 바를 말하려고 합니다.
둘째, 누군가는 논쟁적 입장을 취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회의 보수적 입장과 양극단에 있는 것만 같은(실제 양극단이 아님에도) 착각이 드는 의견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중간 협상 과정에서 약간이나마 변화를 모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사람이 약간의 변화만 주장한다면 그보다 더 적은 변화만 모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더 많은 변화를 떠든다면 ‘우리가 저 정도로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그러니 이 정도는 해야지 않겠느냐’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제가 아무렇게 떠든다고 해서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의미가 닿을 수 있겠느냐 싶긴 합니다. 그럼에도 법과 제도 운동엔 거의 참여하지 않고 있는 제가, 법과 제도 운동에 헌신하고 있는 동료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탤 수 있는 방법은 이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더 정확하게는 더 많은 사람이 더 다양하고 복잡한 욕망을 말한다면 그 중 최소 몇 가지는 성취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합니다.
그렇다고 제 주장이 급진적이거나 사회에 위협이라고 믿진 않습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진부하고 태만해서 걱정이지요. 행여라도 누구의 주장은 더 급진적이고 누구의 주장은 덜 급진적이거나 온건하다는 식으로 평가하는 일도 없으면 합니다. 그런 평가는 불가능하고 오히려 그렇게 평가하는 기준 자체를 되물어야 하니까요.
일단은 진부하고 태만하게 주장하겠습니다. 또 다른 상상력이 떠오른다면 그렇게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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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메모한 글인데.. 아, 손발이 오그라든다…
전 활동가도 아니고 당사자도 아니라서, 할 말은 없지만, 루인님의 ‘근본적’상상력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드는 생각은 ‘개인’이란것이 좀더 철저해져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냥, 이리저리 쏠리는 그런 개인이 아닌. ..
더 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신만의 입장에서 자기 욕망을 더 열심히 얘기하면 좋을 텐데요.. 그럴 때야 법과 정책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활동가들에게 더 힘을 실어주는 것인데, 이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달은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