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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문을 열자 석 달 정도 썩은 얼굴 없는 그의 시체가 나왔다. 얼굴은 전기밥솥 안에 있었다.
내가 그와 마지막으로 만난 건 석달 전이었다. 얼추 십 년 전 그는 남미 지역으로 이민을 갔다. 이후 가끔씩 나를 만나러 입국했지만 그것도 몇 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오랜 만에 입국한 그는 가장 먼저 나를 찾았다. 밤새 원고를 마감하고 이제 막 잠들려던 이른 아침이었고 오랜 만에 여행을 떠날 계획이던 날 아침이었다. 그는 몇 년 만에 내 집을 찾은 손님이기도 했다. 내가 어디 사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고 연락도 드물었다. 애써 나를 찾지 않았고 나 역시 애써 그 몇 명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서로에게 연락을 할 만큼의 애정이 없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을 때, 나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어디선가 공사를 하는 소리거나 피곤해서 헛소리가 들리는 줄 알았다. 문을 열자 그는 전날 나가서 밤새 일하고 돌아온 사람처럼 들어와선 침대 한 곳에 쓰러지듯 누웠다. 우리는 말없이 잠들었다. 지독한 더위에 잠에서 깨어났다. 여행을 떠나야겠다고 예정했던 시간을 몇 시간 남겨두고 있었다. 그는 뜬 눈으로 누워 있었고 우리는 말없이 더위에 지쳐가고 있었다. 창문을 열어뒀지만 바람은 불지 않았고 무더운 열기만 공기 중에 떠다니고 있었다. 지쳐갔고 무언가를 먹기 위해 움직일 힘도, 얘기를 나눌 의욕도 없었다. 잠에서 깨어났지만 무더운 침묵만 방안을 떠돌았다.
더이상 지체할 수 없는 시간이 되어서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역시 나를 따라 일어났다. 우리는 냉장고에 넣어둔 미지근한 물을 나눠 마셨다. 샤워를 하고 여행용 가방을 꺼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는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나는, 얼마나 머물 거냐고 물었다. 서너 달 정도 머물 예정이란 그의 말에, 같이 여행을 갈지 기다리고 있을지, 되물었다. 그는 침묵했다. 딱히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일주일이면 돌아올 여행이었고, 이제 막 입국한 그였다. 대충 짐을 꾸리고서야 무언가 먹을 거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전기밥솥으로 밥을 하고 간단한 반찬을 만들기 시작했다. 말없이 내 행동을 지켜보던 그는 냉(冷)파스타가 먹고 싶다고 했다. 전기밥솥을 힐끔 쳐다본 나는 잠깐 망설였다. 무더위가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한여름의 습한 공기가 몸에서 꿈틀거렸다. 다시 한 번 전기밥솥을 쳐다본 다음, 파스타를 만들기 시작했다.
냉파스타는, 그가 나를 찾을 때면 종종 먹던 음식이었다. 특별히 맛있는 음식이 아닌데도, 이민가서 가장 많이 생각나는 음식이 내가 만든 냉파스타라고 했다. 무더위가 개미처럼 목덜미를 기어가는 걸 느끼며, 나는 냉파스타를 만들었다. 면을 삶고 버섯과 마늘, 고추를 볶고… 열기가 얼굴에 닿을 때마다 기어다니는 무더운 개미가 늘어났다. 한 마리, 두 마리, 서른 마리.. 그리고…
다 만든 냉파스타를 그와 나눠먹었다. 양 조절에 실패해서 남은 파스타는 냉장고에 넣어두기로 했다. 어차피 그가 곧 먹을 테니까. 설거지를 끝내고 나는 말없이 여행가방을 챙겨 나왔다.
소설이 연재되나요? 두근두근 아이 다재다능한 쟈기…♡
기대는 하지 마시고요… 흑…
그래도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