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의미 있는 글: 출판 형식을 기준으로

지금까지 쓴 글 중에서 이 글은 정말 괜찮다 싶은 건 없다. 늘 부족하다. 그 부족함을 보충하려고 또 다른 글을 쓰지만 부족함의 반복일 뿐이다. 좀 더 내공을 쌓고 천천히 써야 했는데… 이런 아쉬움과는 별개로 내게 각별한 의미가 있는 글은 몇 편 있다.
일단 2006년 한겨레21에 게재한 “나를 증명할 길은 수술 뿐인가.” 루인이란 이름으로 처음 정식출판물에 출판한 글이다. 그 전에 루인이란 이름으로 블로깅이나 모임발간물에 글을 쓰긴 했다. 하지만 소위 등록된 출판사/언론사에 글을 실은 건 이것이 처음이다. 아울러 한때, 적잖은 분들이 검색하며 찾아준 글이기도 하고.
2006년 겨울 <여/성이론>에 게재한 “젠더를 둘러싼 경합들 gender dysphoria”은 소위 학술지 성격의 잡지에 처음으로 글을 실은 경우다. 글 자체는 별로라 나로선 출판 이후 한 번 읽었나? 너무 부끄러워서 다시는 못 읽는 글이지만 이 글을 계기로 <여/성이론>과 인연을 맺었으니… (물론 여이연과는 그 전부터 인연이 있었지만..)
2012년 봄 <문화연구>에 게재한 “캠프 트랜스: 이태원 지역 트랜스젠더의 역사 추적하기, 1960~1989”는 처음으로 익명의 심사자가 심사를 하는 학술지에서 출판한 글이다. 기말페이퍼나 학위논문을 제외하고, 출판을 위한 글은 그동안 한 번도 심사를 받지 않았다. 청탁받아 썼고 그래서 투고하면 그대로 출판되었다. 그래서 “캠프 트랜스”는 처음으로 심사를 받는다는 점에서 걱정도 많았다. 그리고 익명의 심사자가 심사하는 잡지, 소위 학술지에 처음 실린 글이 “캠프 트랜스”여서 기쁘기도 했다. 다른 주제도 아니고 트랜스젠더의 역사를 다룬 글이니까.
2013년 여름 <여성학논집>에 게재한 “젠더, 인식, 그리고 젠더폭력: 트랜스(젠더) 페미니즘을 포색하기 위한 메모, 네 번째”는 소위 등재지에 출판한 글이다. 좀 웃긴 제도인데, 학제에 속한 연구자에겐 등재지에 글을 싣는 게 중요한 편이다. 나중에 연구재단에 연구지원을 하거나 할 때 기본 조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나면 퀴어락과 트랜스/젠더/퀴어연구소를 토대로 활동할 계획이다. 그러니 기존 학제에선 활동할 일은 별로 없겠지. 그럼에도 가능하다면 연구재단의 기금으로 퀴어 연구와 활동을 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등재지 게재는 이럴 때 필요하다. 딱 이 정도 용도? 이것 말고는 여타 잡지와 차이가 없다. 사실 더 의미있는 건 주제다. 내가 가장 많이 얘기하는 주제 중 하나인 트랜스(젠더)페미니즘을 다뤘다는 것.
+
쓸 말이 없으니 별의 별 걸 다 하는구나 싶은 포스팅.. 크. ;;;

3 thoughts on “내게 의미 있는 글: 출판 형식을 기준으로

  1. 그래도, 쓸 말이 없을때 무언가라도 쓰는 게 굉장한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블로그를 하지만 – bifrostbridge 말고, 영어 블로그가 있어요 –
    쓸만한 게 없다 싶으면 쓰지 않아서, 스스로에 대한 흔적이 안 남더라고요.
    반면에 쓸 말이 없다 싶어도 쓰고 나면 반드시 그 주제나 내용이 나중에 중요해진다기 보다는 그걸 나중에 돌아보면서 과거 스스로의 시각이라던가 어떻게 스스로가 변화되었는지가 보이는 게 더 중요한 것 같기도 하고요.

    저도 댓글이 쓰고 싶은 걸 다 쓰느라 루인님 블로그를 범람하는군요! :O

    1. 그럴리가 – 싶으시겠지만,
      중요한 알맹이만 말하게끔 말을 줄이려고, 노력은 하고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꾸 비번거는 걸 까먹어서, 지우지 못한다는 게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한 것 같아요. 페북에서는 수만개를 썼다가 몇 초 안에 다시 지우거든요. …크크크크 ;;;;;;;;;;;;;;;;;;;;;;;;;

    2. 비번 거는 걸 까먹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네요! 흐흐흐.

      뭐라도 쓰면 기록은 남는데 그게 참 부끄러운 기록이라서 문제랄까요.. 흑…
      뭔가 좀 그럴 듯하지는 않아도 읽을 만한 기록이 남아야 하는데 그게 아니니까요… ;ㅅ;
      그런데도 이렇게 자주 댓글을 남겨주셔서 고마울 뿐이에요!
      댓글 범람은 좋은 일이죠..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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