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과 메일을 주고 받다가 나온 약간의 잡담..
의식의 흐름으로 글을 쓴다는 건, 애석하게도 아무 얘기나 마구마구 쓰는 게 아니다. 아침에 먹은 밥 얘기하다가 어제 본 길고양이 얘기하다가 며칠 전 만난 친구와의 일화를 얘기하는 식이 아니다.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다. 제임스 조이스건 버지니아 울프건 소위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썼다고 얘기하는 작가의 글을 읽노라면 매우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란 게 함정이라면 함정이랄까… 그 양반(?)들의 의식은 소위 근대 합리적이고 과학적 이성을 토대 삼아 만들어졌다는 게 함정이다. 우연히 일어난 일도 다 납득할 만한 계기가 있고 그냥 언급한 일도 나중에 다 논리적으로 연결이 된다. 그러니 의식의 흐름이란 (논리적/합리적/과학적)이라는 수식어가 빠져 있다.
그래서 내가 힘든 거야.. 이것저것 아무렇게나 마구 쓰고 싶은데, 망상을 따라가며 글을 쓰고 싶은데, 이렇게 쓰고 의식의 흐름이라고 주장하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제대로 욕먹거든.. 흑..
저는 논리따윈 인간의 판타지라고 굳게 믿는 사람이라 (그러면서 수학과 …)
(그렇지만 판타지는 좋은 거잖아요? 수학을 하면 평생 인류의 꿈을 같이 꾸는거니까)
오히려 그냥 감정이 곧 논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더 자주하고 그런 방식으로 글쓰기를 열어 나가려는 시도를 더 많이 해요. (그렇게나마 스스로를 편하게 해주지 않으면 거의 쓰질 못해서 -ㅁ- ..)
예를 들자면, 내 블로그의 글들이 우울돋아서 안타까워 ㅠㅠ 라고 말하다가 갑자기 아 그런데 오늘 처음 반바지 입었다 ㅇㅁㅇ 라고 말이 튀어나오는 순서로 대화가 진행되지만, 그래도 심리상태에 체온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반바지를 입었다는 게 심리상태가 좋다는 걸 의미하는 거거든요 (…)
문제는 이 연결고리를 언제 발견하느냐는 거죠!! 친구와 대화하다가 집에 와서 연결고리가 생각나면 이미 ★
수학과니까 논리가 환상이라고 믿을 수 있는 것 아닐까요? 흐흐흐흐흐
정말 감정이 논리예요. 다만 누구의 감정은 논리가 되고 누구의 감정은 비논리적 헛소리가 되느냐가 관건이랄까요… 흐.
의식의 흐름에 따른 글쓰기는 이런저런 연결고리를 분명 찾을 수 있긴 한데, 살다보면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거든요.. 그에 반해 소설에선 인과관계가 정말 딱딱 들어맞아서…;;;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