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얼마 전 목감기에 걸렸다고 적었다. 그 이후로도 차도가 없었다. 이유를 고민하니 집이 너무 건조하다. 한 번은 너무 건조해서 새벽에 기침을 하며 깬 적이 있다. 아침이면 코가 너무 건조해서 갑갑할 때가 있다. 그러고 보니 목감기가 낫지 않는 것도, 이 계절에 비염이 터지는 것도 건조해서가 아닐까 한다. 집에서 가장 숨쉬기 수월한 곳이 샤워실이라니, 말 다했다.
결국 긴 줄을 샀다. 빨래줄을 사려고 했는데, 다이소엔 빨래줄이 없다고 해서 그냥 끈을 샀다. 높이 매달고 수건 두 장을 물에 적셔 널었다. 자고 일어나면 좀 어떠려나..
가습기는 염두에 두지 않았다. 내가 참으로 게을러서, 가습기의 물병을 부지런히 갈아줄 자신이 없다. 가습기 청소할 엄두는 더더욱 없다. 분명 초반에 몇 번 부지런히 물을 갈다가 결국 물병도 제대로 치우지 않고 방치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게으름, 어찌할 것이냐… 그리하여 가습기는 건조한 상황을 개선하는 수단으로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저 물에 젖은 수건으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기를.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그저 목감기만 좀 어떻게… 비염이 진정되는 시기에 비염 터지는 것만 좀 어떻게…
ㄴ
“쓰기와 더불어 표절에 대한 분노가 나타나기 시작한다.”(옹, 208)
요즘 읽고 있는 책의 한 구절이다. 구술과 쓰기의 차이를 다룬 글인데 재밌다. 그리고 위 구절이 확 와닿았다. 구술 문화에선 이야기와 지식은 공동의 것이기에 표절 개념이 없지만, 글쓰기 문화에선 이야기와 지식이 독점되고 고독한 작업이 되며 그리하여 표절 개념이 중요하게 등장한다. 표절과 그에 따른 감정이 매우 근대적 현상이란 점, 무척 흥미롭다.
ㄷ
사실 또 다른 행사를 홍보하는 글을 쓰려고 했다. 근데 사흘 연속도 모자라 나흘 연속 홍보면 좀 그렇지 않을까 해서 오늘은 잡담을… 내일은 홍보를! 후후.
또 뭔가 덧글을 달고 싶어서 끄적끄적 ㅎㅎㅎ
ㄴ 과 관련해서, 구전이 갖고 있는 속성이 같아요. 종이 같이 기록 매체가 있기 전부터 구전은 기록을 전승하는 수단이었기에 다음 세대,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한 유일한 매체였잖아요. 원본을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표절이란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표절이란, 원본 이외에 다른 기록 수단이 생긴 이후에 생겨난 개념같기도 해요.
우와아! 역시 비공개님! 그 짧은 문장으로 책의 중요한 부분을 압축하시다니요!
응, 정말 그래요. 구술문화에선 전달이 중요하고 상호작용이 중요하니 표절이란 개념이 존재할 수 없죠. 모든 건 공유니가요.
그나저나 “또 뭔가 덧글을 달고 싶어서”라는 그 마음 알 것 같아요. 헤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