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지인의 돌잔치에 갔다 왔다. 수업 준비 등으로 일정이 빠듯해서 가지 않을까 고민도 했지만 그래도 가야지 싶어 갔다. 돌잔치는 처음 참여하는 거라 여러 가지로 어색했고 또 낯설었는데..
돌잔치를 진행하는 사회자가 지인에게 물었다: “남편분에게 여쭐게요. 처음 부인을 봤을 때 어땠나요? 어떻게 처음에 반했나요?” 지인은 잠시 불쾌하거나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아내가 고등학교 때 따라다녀서 그때 처음 봤다고 답했다. 사회자는 믿을 수 없다며 지인의 파트너에게 확인하는 질문을 했다. 파트너는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이 따라다녔다고 답했다.
상황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웃었다. 사회자는 자신의 진행이 재밌어서 사람들이 웃는다고 믿었을까? 그러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어쨌거나 자신감이라도 얻을 테니까. 혹은 사람들의 웃음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지인과 그 파트너는 여고에서 만났다. 지인은 이후 호르몬 등 의료적 조치를 했고, 주민등록 상 성별을 변경했고, 양가 부모님이 모두 아는 상황에서 결혼을 했고, 쌍둥이를 낳았다. 인간을 이해하는데 있어 트랜스젠더를 기본값으로 삼지 않는 사람에게 이런 삶은 당혹스러운 이야기려나? ‘남잔 줄 알았는데 트랜스젠더였어’ 혹은 ‘여잔 줄 알았는데 트랜스젠더야’라는 식의 반응이 문제될 것 없다고 여기는 사회에서, 트랜스젠더의 가족 행사는 뭔가 묘한 느낌이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내가 기억할 수 있는 수준에서 난 돌잔치에 참가한 적 없다. 소위 친척의 돌잔치에도 안 갔다. 가족 행사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니 특별할 것 없다. 그리고 결혼, 출산, 돌잔치와 같은 삶의 방식은 소위 이성애규범이라고 불리는 그것에 부합하는 방식의 삶이다. 그러니 지인의 돌잔치에 참여한 것이 이상할 수도 있겠다. 참 이상하지.. 지인의 삶은, 어떻게 보면 참으로 이성애규범적이라 할 수 있음에도, 조금도 규범적이지 않은 느낌이다. 이유는 아직 모르겠다. 사건만 나열하면 규범적인 것 같은데도, 규범적이란 느낌이 전혀 없다. 이상하게도 계속, 퀴어한 느낌이다. 왜일까?
아무려나, 지인과 파트너, 그리고 두 아이 모두 즐겁고 또 경쾌하게, 발랄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어떤 느낌인지 알것 같아요. 루인님의 지인과 그 파트너가 유쾌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저도 생각했어요.
루인님이 쓴 글을 보는 순간, 그 두분이 만난 순간이 어땠는지, 돌 잔치가 있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플래시백 처럼 머리속에 그려졌어요. 마치 영화처럼요.
왜 그럴 때 있잖아요. 왜 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설득력있는 영화 한 편. 제 경우에는 현실과 환상과 이상과 이성이 다 겹치는 부분에 그 영화가 있을 때 묘하게 설득력이 있더라고요. ㅎㅎ 횡설수설같죠? ㅎㅎ
목감기 금방 나으시길 바랄게요. 저도 감기가 안 떨어져서 계속 코찔찔이로 다니고 있어요. 샤워실이 가장 숨쉬기 편한 곳이라는 것에 동감 한표! ㅎ
응.. 그 말씀 알 것 같아요. 모르는 사람 얘긴데도, 갑자기 뭔가 스쳐지나가면서 알 것 같은 느낌이요…. 그래서 그 많은 과정이 직접 들었거나 본 것처럼 그려지는.. 🙂
감기에 걸릴셨다니 걱정이에요. 요즘 감기는 한 달이라는데.. 정말 고생이 많겠어요. 보통 불편하지 않을 텐데.. 감기가 오래 가지 않고 얼른 떨어지기를!
그쵸!! 샤워실이 가장 숨쉬기 편해요.. 흐흐흐
제게는 꿈같은 얘기네요. 되게 못된(?) 생각일 수도 있는데 저는 사랑하는 사람이 애 하나 데리고 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크크. 사랑하는 사람을 꼭 닮았으니까, 내 새끼다 생각하고 엄청 잘 키울텐데…하는 생각!
그게 왜 못된 생각이에요! 충분히 할 수 있는 상상이죠! 어떻게 함께 사느냐가 관건이잖아요. 헤헤.
그리고 꼭 꿈이진 않을 거예요. 그렇게 믿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