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기말페이퍼를 제출하고 토요일엔 이번 학기 마지막 수업을 듣고 어젠 종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바이모임에 잠깐 갔다가(행사엔 참여 못했지만;;) 퀴어락에 가서 책 정리를 했다. 바이모임은 준비하는 분들이 엄청 고생했음에도 참가 인원이 기대보단 적어 아쉬웠다. 며칠 전 홍대 근처에서 망원역 근처로 KSCRC(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가 이사하면서 퀴어락도 같이 움직였다. 아직은 퀴어락이 센터 소속이라 늘 같이 움직인다. 포장이사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포장이사를 한다고 해서 짐 정리가 쉽냐면 결코 그렇지 않다. 책장의 책은 모두 엉키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사를 하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무언가가 늘 있기에 정리하는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책을 비롯한 기록물이 많은 퀴어락은 이 작업이 더 오래 걸린다. 각 기록물을 등록번호대로 다시 정리해야 하고, 각 기록물의 세부 분류에 따라 새롭게 배치해야 한다. 아울러 등록할 공간과 방문자가 열람할 수 있는 곳도 새롭게 정해야 하니.. 연말이나 내년 초 정도면 다시 퀴어락에 방문해서 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겠지만 당분간은 무리.. 아니 그 전에 센터의 기본 정리도 아직 다 안 끝났으니 활동가들의 고생이 눈에 선하다.
02
어제 두 개의 일정을 하는 동안 다른 곳에선 성명서가 공중에 흩날렸다. 지금의 풍경을 상징한다. 경찰이 불법을 자행하고 시민에게 최루액을 살포하고 살수차를 동원하고 있다. 지금의 풍경이다. 이런 이슈를 정교하게 말할 능력이 없는 나는 그저 답답하다. 다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 지금 상황을 3공의 부활, 1970년대 혹은 1980년대로의 역행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 과거의 어떤 사건을 상징으로 말하는 것은 지금 시간을 살피고 지금 상황을 꼼꼼하게 살필 수 없도록 한다. 과거의 프레임으로 현재를 읽도록 한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과거의 부활, 시대 역행이 아니다. 그냥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2013년 지금 한국에서 부정한 과정과 (아직은)합법적(이라고 얘기하는) 선거를 통해 당선된 대통령의 정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지금 가능한 일이라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은유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지금 상황을 인식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정말 갑갑하고 무서운 정국이다. 무서우니 더 열심히 참여하고 글을 쓰고 저항해야겠지. 적어도 나는, 무서워서 저항한다.
발전은 커녕 거꾸로 가는 느낌이네요. 잘 되어야 하는데 말이죠…
정말 수상한 시절이고 쉽지 않은 시절이에요.
그래도 열심히 저항해야지요.. 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