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혐오가 초역사적으로 존재한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내가 살고 살고 있는 세상엔 퀴어 혐오가 계속 있었다. 적어도 1990년대 LGBT 인권 운동을 본격 시작한 이후로는 계속 존재했다. 물론 혐오의 정도 차이는 있다. 어떤 시기엔 혐오의 농도가 약했고 어떤 시기엔 혐오의 농도가 강했다. 더 정확하게, 어떤 시기엔 퀴어 혐오를 공공에 두드러지게 표출하진 않았다. 또 어떤 시기엔 퀴어 혐오를 공공에 두드러지게 표출한다. 이 차이는 어디서 비롯할까?
작년인가 러시아에서 퀴어/동성애를 불법으로 법제화한 이슈가 화제였다. 이곳에 오는 분이라면 대충 알고 계시듯, 퀴어/동성애를 불법으로 삼는 국가가 이번이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퀴어/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한 법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세상이 변하길 바라는데 그와 반대로 늘어났다는 점, 러시아가 소위 세계 강대국에 해당한다는 점이 당혹감과 분노를 더 많이 야기한 듯하다. 퀴어 혐오와 퀴어를 향한 폭력은 작년에도 전세계 곳곳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다. 그리고 어쩐지 유난히 더 강해진 느낌도 든다(이것이 이번 퀴어 아카데미에서 ‘퀴어 살인’을 주제로 잡은 이유기도 하다).
세계는 갈 수록 보수화되는 것일까? 그런데 보수화가 반드시 퀴어 혐오여야 할 이유는 없다. 보수화가 반드시 특정 범주를 혐오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단정할 이슈도 없다. 어떤 국가에선 보수우파가 정권을 잡지만 또 어떤 국가에선 중도나 좌파가 정권을 잡기도 한다. 그러니 세계가 보수화된다고 단언하긴 힘들다. 그럼에도 퀴어 혐오가 두드러지는 느낌이다. 어째서일까? 만약 보수화가 진행되고 있다면 어째서 보수화는 퀴어 혐오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일까? 국제정치와 퀴어 혐오는 지금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혐오는 어째서 정치적 힘이 될 수 있을까?
… 퀴어 관련 이런 저런 자료를 찾다가 갑자기 떠오른 단상이자 질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