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기 혹은 청소년기에 읽었던 소설을 다시 읽었다. 어찌하여 그 당시 읽은 소설 몇 권이 지금도 내게 남아 있다. 그 중 한 권이다. 얼마전 그 책 이야기를 E와 하면서 지금 다시 읽으면 전혀 다른 느낌일 거라고, 상당히 재미없을 거라고 예상했다. 예상의 결과는 반반. 문장과 편집은 엉망이라 상당히 거슬린다. 내용은 재밌다. 여전히 재밌다. 지금의 내겐 동화책 읽는 느낌일 수도 있으니 그냥 술술 읽히기도 하겠지만 여전히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이런 내용이 아동/청소년 도서로 추천되었다고?
그러니까 그런 시절이 있었다. 아동/청소년 추천도서 전집으로 나왔는데, 종종 인생의 씁쓸함을 알려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빈번했다. 아울러 ‘우와, 이런 책이 번역되었다니!’ 싶은 소설도 많았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 중 내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내용은 집을 나가거나 부모가 없거나 진짜 부모가 나타나거나. … 그랬다. 나는 집을 벗어나 다른 세계에서 혼자 살고픈 바람이 간절했고 그래서 집을 떠나는 얘기에 열광했다. 읽고 읽고 또 읽었다. 모험소설로 분류되는 그런 내용을 읽으며 여행을 동경하진 않았다. 여행이라니, 어딜 나가고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내가 여행을 동경하진 않았다. 그저 집이란 곳을 떠남, 부모에게서 벗어남을 동경했고 갈망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의 결론, 부모를 다시 만나거나 집으로 돌아가는 결론이 싫었다. 도대체 왜? 왜 돌아가야 하지?
아무려나 다시 읽은 소설도 이런 종류의 소설이다. ABE 전집에 속한 책이고. 그나저나 계몽사에서 나온 빨간표지의 세계문학전집과 ABE 전집을 모두 구비할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에이브 전집은 중고로 판매하는 곳이 있으나 역시나 가격이 부담스럽다. 계몽사의 전집은 아직 내가 읽은 바로 그 판본의 중고를 찾을 수가 없다. 에이브보다 계몽사가 더 아쉬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