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1년에 9개월만 생계형 알바를 한다. 그리고 9개월 동안 번 수입으로 12달을 산다. 한 달 수입은 대략 100만 원이 조금 넘는다. 원고료나 강의료 같은 부정기 수입을 포함해도, 연봉은 대략 일천만 원 약간 넘는 수준. 일 년에 벌어들이는 수입만 따면, 하루 8시간, 주 5일, 일 년을 최저임금으로 받을 때의 수익과 대략 비슷하다. 물론 나는 하루 8시간을 일하진 않는다.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이 있는 날은 오전이나 오후에만 근무한다. 그러니 시간당 소득은 최저임금보다는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전체 소득은 낮은 편이다. 그러니 가난하다고 말할 법도 하다.
그런데 내가 아는 사람, 단순히 아는 사람말고 좀 친한 수준의 사람 대부분은 나보다 수입이 적은 경우가 많다. 더 정확하게, 소수를 제외하면 나보다 수입이 많은 경우가 잘 없다. 혹은 나랑 비등비등하거나. 그러다보니 종종 내가 상당히 수입이 많은 것만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 마치 내가 부자인 것 같은, 나의 월수입이 엄청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결코 그렇지 않음에도 그렇다는 착각.
내가 이런 착각에 빠질 때마다 드는 고민은 수입이란 역시 상대적 개념일까와 빈부개념 역시 상대적인 것일까와 내가 엄청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없어서 이렇게 느끼는걸까다. 악착 같이 돈을 모아서 나중에 편하게 살겠다는 개념이 별로 없다. 그냥 지금 벌어서 지금 쓰는 개념으로 살고 있다. 그래서 내가 소득이란 측면에서 참 잘 살구나라고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이런 날 보며 속이 터지거나 답답하겠지만 난 그냥 좋다. 비록 사고 싶은 책 다 못 사고, 사고 싶은 기기 다 못 사고 지내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지낼 수 있다면 좋겠다. 소득이란 측면에선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