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어쨌거나 이어진 흐름이라면, 불연속과 연속의 퀼트라고 해도 어쨌거나 이어져 있다고 이해한다면 인사는 ‘안녕하세요, 오늘 어때요?’가 아니라 ‘그래서’로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다른 말로 ‘그래서’라고 인사하지 않고 ‘안녕하세요, 오늘 어때요?’라고 인사한다는 것은 지난 밤의 안녕을 묻는 것이기도 하지만, 시간과 관계를 조금 다르게 체화한다는 뜻은 아닐까? 즉, 흔히 시간은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이해하는 태도가 상당히 널리 퍼져있지만, 시간과 관계를 단절적으로 이해하거나 체화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어제 혹은 과거 언젠가 마지막 인사를 나눈 이후 지금 다시 만나는 상대방을, 과거의 그때와 지금 이어진 존재로 이해하기보다는 시간의 단절, 혹은 공백으로 남아 있는 시간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 말은 어제의 상대와 오늘의 상대방이 동일한 존재가 아닐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은 태도일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이것은 나의 망상이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만약 관계를 맺고 있는 다양한 사람이 언제든 다른 사람으로 변할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면(이것을 의식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지만) 어째서 과거 특정 시점의 ㄱ과 지금 다시 만나는 ㄱ을 일치시키려고 애쓰는 것일까? 그냥 모르는 사람을 만나듯, 생전 처음 만나는 사람을 대하듯 조심해서 대하는 것은 어려운 걸까? 혹은 어제의 ㄱ과 오늘의 ㄱ과 내일의 ㄱ이 다른 사람일 수 있음을 분명하게 의식하며 관계를 엮는 건 힘든 일일까? 그냥 온갖 망상이 떠오르는 4월의 비오는 날이다.
고민의 발아점: http://goo.gl/kUdd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