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투고하거나 기고할 때마다 ‘이 글이 출판되면 난 이 바닥에서 매장될 거야’라고 중얼거린다. 워낙 설렁설렁하고 무식한 소리를 지껄여서 나 자신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글을 잘 써서가 아니다. 그럴리가. 글 한 편으로 매장되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우선, 글이 매우 논쟁적이어야 한다. 그 다음으로 내 글을 많은 사람이 읽어야 한다. 일단 가장 기본적인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 한다. 내가 쓰는 글은 언제나 한없이 평범하고 또 무난하다. 그래서 어디 모난 구석 없이 둥글둥글해서 불편함을 느낄 사람이 별로 없다. 아울러 내 글을 읽는 사람이 몇 분이나 계시겠는가. 고맙게도 소수만이 읽어줄 뿐 날 매장시킬 수준의 사람이 읽지 않는다. 그러니 ‘이 글이 출판되면 난 이 바닥에서 매장될 거야’란 말은 엄청난 착각이다. 자의식 과잉이라기엔 그냥 허무맹랑한 착각이다. 일단 논쟁적인 글부터 써야 하고, 많은 사람이 찾아 읽고 싶은 글으 써야 한다. 난 아직 이 두 가지 모두에 부족하니 글 한 편으로 내가 매장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러니 별다른 걱정하지 말고 제멋대로 글을 지껄여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글 한 편으로 매장될 수 있는 글을 쓰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