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산다는 말을 고민하고 있다. 몸으로 산다는 것, 나는 내 몸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몸은 중요한 정치학이다. 하지만 몸으로 산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지? 알듯 하던 이 말을 요즘은 전혀 모르겠다. 이 세상에 나는 내 몸뚱어리로 존재하지만 사실 몸으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몸을 매개한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상상하거나 안다고 여기는 내 몸의 형태, 사람들이 나를 인식하고 해석하는 내 몸의 형태,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부유하는 몸으로 살고는 있다. 최소한 세 가지 축의 몸으로 살고는 있다. 하지만 나는 그래서 내 몸을 살고는 있을까? 만약 내가 내 몸을 살고 있다면 몸으로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만약 내가 내 몸을 살고 있다고 분명하게 말하기 어렵다면, 이때 몸으로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질문의 핵심은 여기다. 내가 내 몸을 살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럴 때 몸으로 사유한다는 것은 무슨 뜻이지?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이 짧은 메모에서 하고 싶은 말은, 나는 몸으로 이 세상을 살지만 내가 내 몸을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