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구글플러스 계정에서 다음의 기사 소개를 읽었다.
“사실 아름다움에 있어서 중요한 건 살이 찌고 안 찌고는 아닌 것 같아요.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이 없고 예쁘다는 걸 모르고 지나치는 것이 문제죠.” 큰 체형의 여성을 위한 특별한 패션잡지를 만든 김지양씨 인터뷰. http://goo.gl/DGs0ED
그리고 나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사이트를 찾아서 잡지를 주문했다.
서구에선 Fat Studies라는 이름으로 비만, 뚱뚱함 등과 관련한 연구가 꽤나 활발하다더라. 여기서 관련 연구라고 하면 비만의 위험이나 감량을 독려하는 종류의 연구가 아니라 비만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비판적으로 탐문하고 뚱뚱함의 인식론으로 세상을 다시 해석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이 작업은 퀴어연구와 밀접하다. 부치가 흔히 말하는 여성적 체형보다 큰 경향, 게이의 베어 몸매, 그리고 뚱뚱함이 그 자체로 유발하는 퀴어함 등이 그 이유다. 이것은 매우 협소하고 빈약한 설명일 수밖에 없는데 아무려나 관련 논의가 많다고 알고 있다.
국내에선 관련 연구를 진행하던 분이 있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중단되었다. 그래서 무척 아쉬웠다.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계속 연구를 하고 계실 것이다.) 그리고 내가 모르는 곳에서 관련 연구를 하는 분이 계실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어제 큰 체형의 여성을 위한 잡지, 혹은 66사이즈 이상인 사람을 위한 패션잡지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뻤다. 몇 년 전부터 패션쇼가 있었고 이제 패션잡지다. 물론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어떤 관점에서 어떤 내용인지는 직접 사서 봐야 알 수 있으니까. 하지만 관련 작업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기쁜 일이다. 더 정확하게는 몸을 더 복잡하게 상상하면서도 이것을 표현할 방법이 잘 없는데 그것을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이 나와서 기쁘다.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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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 같은 사람에겐 이런 패션잡지가 실질적으로 필요했다. 그래서 더 기쁘다!
요새 자꾸 댓글을 남기네염 ㅋㅋㅋ 저는 이 잡지 소규모 출판 소개하는 자리(?) 같은 곳에서 인쇄 다음날 저 모델분이 나와서 파시는 거 보고 구매했었어요. 그때 저 모델분하고도 한참 얘기 좀 나누다가 왔는데 뭔가 나중에 같이 뭘 해보고 싶단 생각도 들었어요. 잡지 내용도 저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뭔가 “몸”이라는 이슈를 좀 더 퀴어바운더리로 가져오고 싶다 ㅋㅋㅋ 뭐 그런 생각 했었지만 ㅎㅎ 그냥 저는 살집있는 모델이 섹시한 포즈를 취하고 예쁜옷을 입고 그런 이미지가 주는 시각적인 자극이 생각보다 신선하고 낯설어서 그것만으로 좀 의미있고 좋았어요. 사실 저 모델에 대한 팬심으로 그림 그려 보낼까 하다가.. 저 모델언니가 살집있는 사람들은 수치심때문에 잡리를 오히려 못사고 결국 마른 애들만 사간다고 하며 저를 탐탁치 않아 했던 ㅠㅠㅠ 그것이 생각나 망설이고 있습니다..
자주 댓글을 남겨주시니 저는 좋아요. 히히히
오, 그런 자리가 있는 줄 알았다면 저도 무척 가보고싶었을 텐데요.. 물론 결국은 이런저런 이유로 못 갔겠지만요.. ㅠㅠㅠ
사실 많은 사람이 ‘여자의 몸’을 말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연예인의 마른 몸이란 점에서 마르지 않은 몸은 무척 낯설고 기괴하게 다가오잖아요. 그래서 몸을 좀 다양하게 상상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는 점에서 무척 기뻤어요.
더구나 비공개님이 괜찮다고 하시니 저는 잡지에 대한 기대를 더 높일게요. 흐흐흐.
그나저나 마지막 구절, 잡지가 정말 구매하길 바라는 구매층이 아닌 마른 사람이 사가는 부분은 상당히 의미심장하고 또 흥미로워요. 어떤 퀴어는 공공의 자리에서 관련 얘기를 못 하는데 그저 퀴어 이슈를 조금 들은 비퀴어가 공공에서 더 열심히 말할 때가 종종 있는 것과 비슷한 경우일까요… 아무려나 정말 몸이 복잡한 기분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팬심으로 그림을 보내드리면 좋아하지 않을까요? 이것저것 다 떠나서 힘을 받고 좋아하실 것 같아요. 팬심이잖아요. 🙂
실제 모델분과 같이 뚱뚱통통으로 여겨지는 분들은 잡지 부스를 절대로 안들린대요. 봐도 못본척 하고. 루인님 말씀하신 맥락과 비슷한것 같아요. 이 경우는 살에 대한 수치심이 사회적으로 워낙 크니까 자신이 그 부스를 들리는 순간 정말 “그런 사람”으로 분류될거란 생각 때문인것 같아요. 그리고 대부분 뚱뚱통통은 벗어나야할 상태라고 여겨지지 그것을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엄마가 몸에 대해서 아주 어릴때부터 겁나 모욕과 지적을 일삼는 사람이었어서, 진짜 몸 스트레스가 심했던 사람인데요. 저의 과거 다이어트 경험을 돌이켜보면, 어느 정도 지금의 뚱뚱통통 상태를 부정하지 않으면 나아지거나 성공 할 수 없는 것이 다이어트이기도 한듯요…
댓글 대화에 맛들리고 있음ㅎㅎㅎ
대화의 속도가 매우 느리니, 이것도 은근 괜찮네요.. 으흐흐.
말씀하신 것처럼 이런 부분이 정말 어려워요. 나는 어떤 사람들이 주로 봤으면 하는 걸 만들었는데 정작 그 사람들은 피하거나 선뜻 접근하지 않고, 정작 다른 사람들이 더 ‘와! 와!’하면서 반응하는 경우면 때론 많이 심란하고요. 비공개 님도 비슷한 일이 많았을 테고요. 전설에 팬덤이 있으시지만(!!!) 그래도 정말 반응해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따로 있곤 한데 그런 사람들의 반응이 애매하면 괜히 더 신경 쓰이고 복잡하고..
그리고 정말 고생하셨어요.. 아우, 몸에 스트레스를 주면 이건 정말 ‘나보고 죽으라는 거냐’란 기분이 들 때가 많으니까요. 아우, 정말이지.. 그냥… 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