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중인 분, 비위가 약한 분은 읽지 마셔요*
금요일. 평소 도시락을 싸가는데 허리 근육통으로 무게를 줄이는 차원에서, 당분간 가볍게 다니자는 계획으로 점심을 사먹기로 했다. 허리 통증을 느끼면서 걸어가 근처 가게에서 비빔밥을 먹었는데 뭔가 느낌이 안 좋아서 고추장은 쓰지 않고 그냥 밥과 나물만 비벼서 쓱쓱 먹었다. 그것도 약간 남겼지만. 그리고 별 문제 없이 알바하는 사무실로 돌아갔다.
얼추 두 시 반 즈음일까. 갑자기 어지럽고 메스꺼웠다. 왜지… 다른 회사의 파스를 등에 두 개 붙였는데, 다른 회사의 파스를 같이 붙이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나라며 서둘러 점심 때 붙인 파스를 다 떼냈다. 잠시 기다렸고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은 가시지 않았다. 그렇게 좀 버티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토했다. 손가락으로 억지로 토했고 다량을 토했다. 그나마 좀 괜찮았고 목이 아팠다. 메스꺼움으로 토하는 게 처음은 아닌데 이번엔 어쩐지 목이 아팠고 위산이 같이 넘어왔다. 위산이 넘어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토하고 좀 멍한 상태로, 하지만 알바 중이라 알바를 했다. 하지만 퇴근을 앞두고 다시 넘어와서 약간 토했다. 근육통 치료로 병원에 가려면 버스가 편해서 버스를 선택했지만 좀 불안했다. 그렇잖아도 버스를 타면 멀미를 하는데 지금 상태에서 괜찮을까? 하지만 별 수 없으니까. 대신 버스에선 최대한 눈을 붙였다.
버스에서 내릴 즈음부터 몸이 무척 안 좋았다. 간신히 내렸고 병원 건물에서 두 번에 걸쳐 다시 다량 토했다. 그리고 이번엔 붉은 색이었다. 보통 토하면 직전에 먹은 음식이 나오는데 붉은 색을 먹은 적 없는데 붉은 색의 점액질이 대량 나왔다. 오호, 이런 색깔로 토한 건 처음이야. (사진으로 찍고 싶다는 고민을 잠시 했지만 그럴 상태가 아니어서 참았다.) 한참을 토하고 나서야 조금 진정되어서 물리치료를 받으러 정형외과에 갔다. 치료를 받고 나서, 조금 망설이다 바로 근처 내과로 이동했다. 피로 추정하는 걸 같이 토한 이후 E와 살림의원에 가는 이야기를 했고 그래서 토요일에 갈까 했다. 하지만 날을 미룰 성격이 아니겠다 싶어서 근처 내과에 바로 갔다.
진맥한 의사는 출혈이라면 위상부에서 출혈했을 것이며 그렇다면 더 위험하다고 했다. 그래서 혈액 검사와 위내시경을 추천했다. 하지만 혈액 검사 결과를 내일 당장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일단 미뤘고, 위내시경은 공복이어야 해서 토요일 아침에 받기로 했다. 그렇게 토요일 아침 일반 위내시경을 예약하고 병원을 나왔고 다시 한 번 토했다. 그나마 이번엔 색이 덜 붉었다.
토요일. 어제보단 좀 상태가 괜찮은 것 같아서 위내시경을 받지 말까란 고민을 좀 했다. 수면내시경이 아니라 일반 위내시경이 그렇게 이상하다면서요? 하지만 이번 기회에 위내시경을 안 받으면 또 언제 받을까 싶어서 결국 혼자 위내시경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병원에 가서 의사와 1차로 면담을 했는데, 이 양반, 자기도 위내시경을 몇 번 했는데 일반 내시경은 엄청 괴로워서 다시는 안 하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본격 의사가 환자를 놀리는 상황. -_-;; 암튼 기다렸다가 마취액을 입에 머금은 다음 일반위내시경을 받았다. 우웨엑. 처음엔 버틸만 했는데 식염수를 추가하면서 우웨엑. 여러분, 일반 위내시경 괜찮아요. 한 번 경험할 만해요. 다들 한 번 해보셔요. 후후. 다음엔 수면내시경해야지.
결과는 간단했다. 위염과 십이지장염. 후후후. 위 상부엔 피를 흘렸을 법한 흔적의 상처가 많이 있고 위장 하부에도 긁힌 듯이 상처가 많으며 십이지장에도 상처가 있다고. 지금 상처가 난 부위도 있고 알아서 아물고 있는 부위도 있고 그랬다. 위의 모습을 볼 기회가 흔한 것이 아니기에 신기했다. 오오. 암튼 한 달 정도 약을 먹기로 했다. 위궤양 아닌 게 어디야.
근데 술, 담배, 커피도 안 마시고(과거엔 좀 많이 마셨지, 후후) 식사도 규칙적인데 도대체 왜! 하지만 또 알고 나니 속편하네. 라면 먹고 싶었는데 한동안 라면을 못 먹어서 아쉽고, 밀가루 음식을 좀 줄여야 해서 아쉽다. 그 뿐이다. 그리고 E가 버섯죽을 해줘서 주말은 맛나게 죽을 냠냠. E느님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나날이다.
그리고 약을 다량 섭취하는 날이다. 한 번에 8개는 먹는 듯? 꾸엑.. 이게 가장 싫다.
원래 약한 부위이신가요? 어떻게 술담배도 안하는 분이…식사가 불규칙하신가요.. 쩜 충격.
저도 충격이에요.. 식사도 엄청 규칙적이거든요. 주중, 주말 차이는 있지만요..
그래서 도대체 왜!!!라며 이유를 못 찾고 있어요.. 흐흐.
위는 원래 약한 부위긴 해요. 기억해보면 가족력인 거 같기도 하고… 하지만 이미 발생한 거 이유를 찾아 무엇하나 싶기도 하고.. ^^;
아무려나 고마워요!
위염과 십이지장염 정도라서 다행이네요… ㅠㅠ 허리도 아프시고 요즘 정말 고생이 많으시네요.
날이 더우니까 저도 여기저기 안 좋은 듯.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거지만 아직 남아있는 소(…)들이 있으니까 이제라도 건강관리를 해야될 듯 싶어요.
전 수면내시경 했었는데 의식이 없는 상태로 간호사에게 헛소리 작렬… 원래는 이런 게 기억에 안 남아야 하는데(그런 약물을 씀.) 약효가 떨어지던 시점이라 그런지 기억에 남아서 ㅡ,.ㅡ 음.. 그러므로 수면내시경은 입막음 시켜줄 사람과 함께 가야합니다 ^0^
와, 바로 그 표현이에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만 아직 소를 다 잃은 것은 아니란 것! 맞아야, 바로 이 표현! 히히히. ㅠㅠㅠ
한편으론 이 정도로 다행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피를 토하지만 않았어도 여전히 채식라면과 매콤한 음식을 우걱우걱 잘 먹고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도 있고요.. 하하.
아.. 수면내시경을 하셨네요.. 수면내시경은 입막음과 행동을 통제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하던데… 두렵지만 그래도 다음엔 수면내시경하려고요.. 일반내시경은 괴로워요.. 우웨엑.. 울웩.. ㅠㅠ
근데 무슨 얘길 하셨으려나요.. *_*
아…오랜만에 들어와보니 루인님 건강이 ㅎㄷㄷ E님이 곁에 계셔서 얼마나 다행이에요 ㅠㅠ
한군데만 아파도 괴로운데. 빨리 나으세용…그나저나 위궤양이 아니라 정말 다행이네요. 피를 토하다니 정말 놀라셨겠어요. 건강이 참 중요하긴 해요 ㅠㅠ
고마워요..
한편으론 한 번에 한 군데만 아플 것이지 싶다가, 다른 한편으론 그래 이왕 아플 거 몰아서 아프자 싶기도 했어요. 으흐흐. 자잘하게 계속 아프면 그것도 못 할 일이잖아요.. ^^;
그래도 좀 괴롭긴 했어요.. ;ㅅ; E느님 덕분에 잘 지내고 있으니 고맙고요.
혜진 님도 늘 건강 잘 챙기세요. 아픈덴 장사 없고, 정말 안 아픈 게 최고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