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고 바람을 찾은 다음 얼굴을 쓰다듬으면, 기분 좋은 바람은 골골거리며 얼굴을 여기저기 돌린다. 손으로 제 얼굴 구석구석을 쓰다듬어 달라는 뜻이다. 한참을 이렇게 쓰다듬고 또 긁어주면 바람의 얼굴 표정은 한결 더 너그럽고 순하다. 이럴 땐 보리가 올라와서 바람의 머리를 핥거나 킁킁거려도 화를 내지 않는다. 바람이 골골거리는 시간, 세상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시간. 어쩐지 이런저런 근심걱정도 다 별것 아닌 것만 같은 시간. 이 시간을 누릴 수 있다는 건 분명 다행이다. 내 다른 삶이 어떻더라도 바람이 골골거리고 보리가 훌쩍 뛰는 찰나를 누릴 수 있다는 건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