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이라고요?

이랑의 이번 달 주제글이 “내가 가지는 환상”이란 걸, 오늘 올라온 글을 통해 새삼 확인했다. 지난 달 말 즈음부터 이 주제로 고민했고, 몇 번인가 시도를 했지만 결국 쓸 수 없겠구나, 했다. 무엇이 환상인지 너무 애매했기 때문이다.

종종 루인의 삶 자체가 환상 같다는 느낌을 가진다. 뭔가 꿈을 꾸고 있구나 하는 착각. 이런 착각 속에서 살기에 하루가 일년 같고 아침에 있었던 일을 저녁에 돌이키면 몇 해 전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가지는 환상”이란 주제를 들었을 때, 무엇을 환상으로 해야 할지 난감해졌다. 예전에 “성적 판타지”에 대해 얘기를 나눌 일이 있었는데, 그때 루인이 떠올린 장면은, 도서관이었다. 읽지도 않으면서, 책이 방 가득 채워져 있으면 정말 에로틱하겠다는 느낌을 가졌다. 변태하는 자극들이 무궁무진할 테니까. (어떤 책이 있느냐가 문제인데 루인이 놀고 싶은 책들이면 좋겠다: 한국어사전처럼 베고 자기에 푹신한 책. 루인이 즐거울 만한 책도 있으면 더 좋겠다: 백과사전처럼 벽돌쌓기 놀이하기 좋은 책. 하지만 읽고 루인이 화가 날만한 책도 있으면 좋겠다: 오래되어서 쌓으면 기울어지고 무너지기도 하는 책 -_-;;;) 이런 게 환상일까.

하지만, 아직도 살아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 더 환상 같다. 긴 악몽 속에서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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