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연구를 선행해야 하는지, 그러니까 어떤 연구가 상대적으로 시급한지를 판단하는 문제는 참 어렵다. 결과적으론 내가 끌리고 지금 연구하기에 즐거운 주제를 선택하기 마련이지만 그럼에도 종종 갈등할 때가 있다.
구체적으로, ‘트랜스퀴어 혐오폭력과 이성애 범주의 구성’이란 주제와 ‘구금시설과 트랜스젠더’는 나름 오랜 시간 묵히고 있는 주제다. 둘 다 아이디어 메모는 있는 단계기도 하다. 둘 다 작업에 들어가면 ‘하악하악’하면서 진행할 주제기도 하다. 그런데 이 중 어떤 주제를 먼저하면 좋을까? 주제를 선정한다는 것은 시급성 혹은 시의성을 판단한다는 뜻이기도 한데 이럴 때 어떤 주제를 지금 이 순간 선택해야 할까?
주제의 중요성만 따진다면 ‘구금시설과 트랜스젠더’에 약간의 무게를 더 주고 싶다. 이 주제는 정말 할 이야기도 많고 해야 할 말도 많다. 내겐 부채의식이 있는 주제기도 하고. 그럼에도 나 역시 엄청 미루고 미적거리는 주제기도 하다.
그렇다고 ‘트랜스퀴어 혐오폭력과 이성애 범주의 구성’이란 주제가 덜 중요하냐면 그렇지 않다. 이것 역시 매우 중요한 주제다. 그리고 쉽게 눈치 챌 수 있겠지만 이 주제는 ‘구금시설과 트랜스젠더’ 주제와 매우 밀접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럼 어떤 걸 먼저 해야 할까? 여기서 고민과 갈등이 소록소록 피어난다. 물론 귀찮으면 전혀 다른 주제를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고민이다. 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