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이 터지고 나면 온 몸이 아프다. 하루 종일 코를 훌쩍이고 맑은 코를 계속 풀고 또 어떻게든 비염이 진정되길 바라면서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면 에너지 소모가 크다. 그래서 비염이 터진 날은 다른 날보다 좀 잘 챙겨먹으려고 한다. 잘 챙겨 먹는 것과 별개로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계속 코를 풀고 난 다음이면 코와 그 주변이 헌다. 하지만 이것만이 후유증이 아니다. 뼈마디가 쑤시고 뒷목 혹은 목 뒷덜미 부위는 그냥 아프다.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아무려나 그냥 아프다. 두통은 당연하다. 얼굴 부위의 통증으로 끝나지 않는다. 온 몸의 뼈마디가 쑤시고 근육이 풀리면서 아프기도 하다. 온 종일 긴장하고 또 신경을 잔뜩 세운 상태니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그러니 비염은 상당한 졸음 혹은 피곤을 동반하고 훌쩍거릴 때도 비염이 어느 정도 진정될 때도 졸린다. 꾸벅꾸벅.
비염이 터지고 나면 코는 몸의 일부지만 또한 몸 자체란 느낌을 어떤 사실처럼 깨닫는다. 어떻게 보면 그저 맑은 콧물이 줄줄 흐르고 때때로 재채기를 연달아 할 뿐인 증상이다. 하지만 비염이 지속될 수록 몸의 다른 부위는 점점 코로 집중된다. 코에 내 몸이 있고 내 코가 내 몸이다. 콧물 하나에 온 신경을 다 쏟아야 하고, 콧물 하나에 온 근육을 다 동원에서 어떻게든 견디려고 애써야 한다. 코가 몸이다. 내 몸이 내 코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