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밝히기엔 부끄러운 내용이라 생략하지만, 곰곰 고민하다가 홍콩의 우산 시위는 나의 퀴어한 삶과 실천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리고 막연하게 홍콩의 우산 시위를 이해하고 있었던 나의 태도가 부끄럽다.
E와 자주 하는 얘기인데, 퀴어 이슈를 주로 공부하는 나의 입장에서 한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는 미국이다. 상상적 지리, 익숙함의 지리로 이야기할 때 가장 가까운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을 지나가면 프랑스랑 영국이랑 독일이 살짝 보일듯 말듯 존재한다. 물리적 지리의 관점에서 매우 가까운 일본은 역사 이슈를 이야기할 때 주로 등장할 뿐이고 그외 다른 나라, 중국, 홍콩, 대만 등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참, 웃긴 일이지. 부끄러운 일이고. 미국에서 일어난 혐오폭력 사건이나 최근 퀴어 이슈, 트랜스젠더 이슈는 어렵지 않게 알고 있는데 일본에서 현재 논의하고 있는 트랜스퀴어 이슈, 홍콩, 대만, 중국에서의 트랜스퀴어 이슈는 아예 모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초,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에서 전지구적 사건으로서 퀴어 혐오폭력을 다뤘는데 그때야 중국 등 미국 아닌 지역의 상황을 엿볼 수 있을 뿐이었다.
나의 상상력에서 한국은 지리적으로 어디에 존재할까? 왜 나는 홍콩이 나의 퀴어한 삶과 퀴어 실천에 있어 중요한 지역임을 뒤늦게 엉뚱한 일로 깨달은 것일까?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