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어느 비오는 날 오후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날 어쩐 일인지 수제비가 있어서 수제비를 맛나게 먹었었다. 이런 경험과 기억은 참 신기하지. 그 이후로 비가 오거나 하면 수제비가 생각이 났다. 남들은 비오는 날엔 부침개라고 하는데 부침개가 끌린 적은 별로 없었다. 다들 그렇게 얘기하니까 그런가보다 했을 뿐, 비온다고 부침개가 끌리진 않았다. 하지만 수제비를 만들어 먹긴 쉽지 않은 일. 채수를 내는 게 간단하지 않아서, 그 전에 내가 요리 자체를 잘 못해서 수제비와 같은 음식을 만드는 건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대신 비가 내리는 날 러빙헛에 갈 때면, 국물이 있는 면요리를 먹었다. 짬뽕이라던가, 이제는 없어진 뚝배기우동이라던가.
어제 저녁 미르젠카 체코바(Mirenka Cechova)의 공연을 보러 가기 전, E를 만나 러빙헛에 갔다. 간단하게 주전부리를 할 계획이었는데, 오오 수제비가 등장했다. 들깨칼국수, 들깨수제비, 맑은(?)수제비, 이렇게 세 가지 면요리가 새로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맑은수제비를 주문했다. 우후후. 어쩐지 이제는 없어져서 무척 아쉬운 뚝배기우동의 국물과 많이 비슷하단 느낌도 들지만, 나로선 만족스러웠다. 들깨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칼국수를 좋아하니 들깨칼국수와 들깨수제비도 먹어봐야지. 후후후.
근데… 러빙헛 레인보우점(신촌점)은 가격을 올려도 너무 올린다. 내 기억에 뚝배기불구이가 4,500원인가 5,000원인가 할 때부터 러빙헛에서 음식을 먹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7,000원이다. 10월 들어 가격인상을 한 번 했는데, 이번엔 6,000원에서 7,000원으로 한 번에 천 원을 인상! 이 패기! 아우, 정말이지.. 호ㅑ애푸애ㅔ초린ㅇㄹㅀㄹㄴㅛㅗㅎ뤄오ㅓㅇ호이허아. 놀랍게도 신촌에 채식전문점이 러빙헛 뿐이고, 채식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이 매우 적어서(비빔밥을 제외하면 한두 곳인가.. 그곳에도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한두 개 정도) 신촌에선 러빙헛에 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런 독점으로 인해 그리 맛있지도 않음에도 장사가 잘 되고 가격을 팍팍 올릴 수 있는 거겠지. 러빙헛도 맛난 곳은 정말 맛있는데, 내 기준으론 무척 멀지만 남성역 근처 러빙헛 티엔당점은 정말 맛있다. 티엔당점에 비하면 신촌점(레인보우점)은 러빙헛계의 김밥천국이랄까. -_-;; 신촌에 다른 괜찮은 대체제가 생기면 좋겠다. 정말로!!!
티엔당이 진리죠 진짜.. 교통 접근성은 최악이지만 채식당중에 거기만큼 음식 잘하고 메뉴 계속 업글하는 곳도 없는것 같아여
그쵸? 티엔당은 접근성만 제외하면 정말 최고예요. 그래서 엄청 아쉽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