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만 살 때, 그리고 바람의 동생을 들이는 상상만 할 때 나는 바람의 동생은 바람과 같은 성격이길 바랐다. 바람처럼 조용하고 차분하고 전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성격이길 바랐다. 뭐든 무서워하고 놀라서 내가 다가가도 후다닥 도망가곤 하는 성격이 가끔은 싫지만 그래도 바람과 같은 동생이 들어오길 바랐다. 이 착한 고양이를 또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리고 보리가 왔다. 보리는 … 바람과 완전 다른 성격이다. 내가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는데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것은 기본이다. 어디 부딪혀도 개의치 않고 우다다 달리고 뭐든 가지고 놀고 호기심 천국이다. 물론 호기심 천국이라 곤란할 때가 많지만. 아무려나 바람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성격이라 내가 처음 상상하고 기대했던 그런 동생 고양이는 아니다.
하지만 요즘 이렇게 다른 둘을 보고 있으면, 성격이 달라서 참 다행이다 싶다. 성격이 달라서 오히려 좋기도 하다. 바람은 보리 덕에 조금은 용감해졌다. 보리가 오기 전엔, 바람이 물을 마시고 있을 때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후다닥 도망갔다. 지금은 물을 마시고 있을 때 내가 조금 움직이면 긴장은 하지만 도망가지는 않는다. 보리는 바람과 지내며 어쩐지 차분하게 있는 법을 배우는 것 같기도 하다. 때론 전혀 그런 것 같지 않지만, 어떤 땐 많이 차분하게 행동하는 느낌이다. 귀여운 아이들.
다른 성격 덕에 나도 고양이와 관련해서 많은 걸 배운다. 정말 개묘차야 개묘차. 그리고 다른 성격이라 서로 충돌도 하지만 그런 만큼 서로에게 배우니, 같이 사는 나도 심심하지 않아서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