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을 권력화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솔직하게 말해서 속으로 비웃는다.
커밍아웃과 클로젯을 대척점으로 설정하고, 커밍아웃을 중요한 운동 실천으로, 클로젯을 동화주의나 무임승차로 이해하는 태도는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기본적으로 이것은 커밍아웃을 한 이들이 더욱더 보수적이고 퀴어 정치와 운동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는 점을 간과하는 언설이다. 대표적으로 김조광수-김승환 커플의 동성결혼 이슈는 LGBT/퀴어 정치의 여러 의제를 동성결혼으로 환원하는 문제를 야기했다. 물론 이것은 김조광수-김승환의 잘못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그들의 문제는 한국 LGBT/퀴어의 역사를 무시했고, 결혼을 둘러싸고 LGBT/퀴어 공동체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복잡한 논쟁을 은폐했다는 데 있다(바이의 결혼을 둘러싼 동성애자의 공공연한 혐오, 트랜스젠더의 동성결혼 무시 등). 내 입장에서 공공연히 커밍아웃한 이들이 가장 보수적이고 이성애(!)규범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클로젯의 언어를 적극 해석할 필요가 있다. 클로젯의 언어는 이성애규범-커밍아웃이라는 틀을 다르게 사유할 가능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나 역시 더 고민을 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커밍아웃이 그렇게 대단할 때, 나는 도대체 뭐가 되는지 모르겠다 싶을 때가 많다. 원가족과 친인척은 내가 특별히 의미 있다고 여기는 관계가 아니기에(다른 맥락에선 중요한 관계다) 커밍아웃할 필요를 못 느낀다. 그리고 그 외 많은 곳에선 그냥 떠들고 다닌다. 일부 커밍아웃을 권력화하는 이들에게 나는 커밍아웃을 한 것일까, 안 한 것일까? 하지만 이런 비꼬는 말 말고, 커밍아웃은 그 자체로 너무 복잡한 일인데 그 복잡함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것을 읽어야 한다.
커밍아웃을 강조하는 운동을 처음 제안하고 진행한 사람들은 사태가 이렇게 될지 몰랐겠지? ㅠㅠㅠ
암튼 공부하자.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