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제에서 공부를 하는 사람, 특히 퀴어 이슈로 공부하는 사람을 만나면 이 사람은 어떤 흥미로운 주제를 연구할까라는 기대로 주제를 묻곤 한다. 그리고 그 주제의 키워드, 사실상 알 수 있는 것은 키워드 정도인데 그 키워드를 듣고나면 다음날 거의 반드시 자료 검색을 한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인데, 내가 아직 공부를 못한 무궁무진한 분야에서 어떤 연구가 있는지 궁금해서 그렇기도 하고, 이런저런 괜찮(을 것만 같)은 자료가 나오면 그와 공유하기 위해서다.
이것이 꽤나 번거로운 일 같겠지만 타인의 연구주제, 사실상 한두 단어로 집약되는 주제어를 검색하면 이것만으로 상당한 공부가 된다. 그래봐야 제목과 때때로 초록을 읽는 수준이고 본문은 못 읽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자료 검색으로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수박 겉핥기 식의 어줍잖은 정보며, 그 주제를 전공할 사람의 지식과 고민엔 결코 비견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런 작업은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어떤 흥미로운 연구가 전개되고 있는지, 어떤 키워드가 주로 쓰이는지 가늠할 수는 있다는 점에서 내게 무척 소중한 시간이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자료 검색을 연습하고 훈련함에 있어서도 중요한 순간이다.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선 언제나 키워드를 선정하는 작업이 가장 어렵다. 키워드를 거르는 작업이 자료 검색의 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자신의 주제에 맞는 키워드를 찾기가 가장 어렵다. 내가 아무리 오래 고민해도 내게 필요한 논문의 키워드를 찾는 작업은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다른 사람의 주제와 관련한 키워드를 찾는 건 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럴 때 다른 사람의 주제와 관련한 키워드를 찾기 위해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일은, 결국 내가 나중에 내게 필요한 자료를 찾으려 할 때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어떤 요령이 생기니까. 이 요령을 익히는 작업이 무척 중요한데, 마구잡이로 자료를 검색하다보면 결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없는 어떤 요령이 생긴다. 그리고 이것을 위해 나는 오늘도 자료를 모으는 시간을 보냈다. 냐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