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자르기와 (트랜스)젠더(퀴어)

며칠 전 H님과 머리카락과 미용실 관련 얘기를 했었다. 머리카락을 잘랐는데 H님은 내게 역대 가장 여성스러운 스타일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며 미용실을 이용할 때 헤어디자이너가 뭐라고 하는 경우는 없느냐고 물었다. H님의 경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머리카락을 짧게 잘라달라고 하면, “여자가…”라며 간섭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머리카락을 자르는 일 자체가 스트레스고, 별다른 말 없이 머리카락을 잘라주는 미용실이 멀더라고 애써 찾아가곤 했단다.


나의 경우, 직전 미용실에서 헤어드자이너가 한 번 바뀌었는데, 첫 번째는 별다른 말 없이 단발머리 컷으로 잘 잘라줬다. 별다른 말도 없었고 대체로 괜찮게 잘라줬다. 하지만 그가 출산으로 그만두면서 새로 들어온 사람에게 머리를 잘랐는데.. 어느 순간부터 남자머리를 자르고 있더라. 이것만이 아니라 너무 불친절해서(예약한 시간에 갔는데 다른 사람 머리카락을 자르느라 20분 가량을 기다리게 한다거나, 내 머리카락을 자르는 중간에 다른 손님에게 가선 한참을 의논하는데 정작 내겐 어떤 말도 없다거나) 가길 그만뒀다. 그리고 집 근처 새 미용실을 선택했고 지금까지 세 명의 헤어디자이너에게서 네 번 머리를 잘랐다. 일부러 지정을 안 했는데 그냥 그때 그때 비슷한 듯 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결과는 무척 만족스럽다. 최근에 자른 머리는 가장 여성스럽다는 평도 듣고. 후후. 여성스러운 머리카락 스타일, 여성으로 통하지 않을 덩치와 외모, 이 조합은 참 좋은 조합이다. 후후후.


뭐,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덧붙인 말.


“그런데 전 남자컷 비용을 내요. 몇 천 원 더 싸죠. 후후후”


H님은 여성컷 비용을 내고 남성컷 머리를 하고, 나는 남성컷 비용을 내고 여성컷 머리를 한다. 후후. 이상한 세상.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