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충동이 잠잠해지면 자살충동이 격해진다고 했던가. 트랜스젠더 삶의 조각보 만들기 프로젝트의 편지낭송회 행사에서 누군가가 쓴 편지의 일부다. 무력한 심정으로 이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그러고 보면 참 이상하지. 자해충동이 잠잠하면 자살충동이 격해지고, 자살충동이 잠잠하면 자해충동이 격해진다. 둘이 동시에 작동하기보다는 교차하며 번갈아 강해지고 잠잠해진다. 참 이상하지. 아니 이상할 것도 없지. 자해충동은 삶의 욕구, 살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 힘이니까.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기 위한 강렬한 힘이니까. 알잖아. 자해충동과 그에 따른 몸의 흔적은 살고자 하는 욕망, 결국 어떻게든 견디기 위한 어마한 힘이라는 것을. 그 힘이 어떤 순간을 견디게 하잖아. 그럼 자살충동은? 이것 역시 어떻게든 살고자 하는 힘이라고 믿어. 살고 싶지 않음이라기보다는, 살려달라는 간절한 신호라기보다는 살고자 하는 어떤 박동이라고 믿어. 그저, 삶을 그만두고 싶은 욕망일 뿐. 그만 살고 싶은 욕망. 죽고 싶은 게 아니라 그만 살고 싶은 욕망 혹은 매혹적인 충동.
한동안, 일단 살자고, 살아가자고, 나이들어서 만나자고 말했어. 하지만 이젠 이런 말을 애써 하고 싶지 않아. 살건 살지 않건, 살아가길 선택하건 삶을 중단하길 선택하건 아무래도 좋아. 어떤 선택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어. 살지 말자고 권할 수는 없지만 죽은 사람도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이라면, 죽었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나는 것은 아니라면, “일단 살자”고 말하고 싶지는 않아. 그냥 어떤 선택을 해도 좋아. 어떤 선택을 해도 괜찮아. 어쨌거나 최선을 다 한 것이니까.
자해충동과 자살충동 혹은 삶을 중단하고 싶은 욕망. 어차피 이 욕망, 감정 혹은 충동은 쉽게 없어지진 않을 거야. 오래오래 지속되겠지. 괜찮다고 느꼈는데 어느 순간 다시 찾아올 거고. 어느 순간 다시 이 두 욕망 사이에서 요동치는 자신을, 이 두 감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자신을 깨닫겠지. 아무래도 좋아. 그냥 흔들릴 때는 흔들리는 것 뿐, 달리 무엇을 할 수 있겠어.
주변에 잡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큰 힘이 될거가태요ㅠㅠ
나혼자서만 끙끙앓면 자살?자해? 같은 그런 생각을 하기 쉬우니까여..ㅠㅠ
응 맞아요. 그럴 때 힘이 많이 나요. 그런데 그럼에도 요동 칠 때가 있더라고요. 바닥은 단단한 것 같은데도 요동치는 상태일 때가 있어서 어떡해야 하나 할 때가 있어요.
아무려나 고마워요!
제가 우리 쟈기를 지킬거예요!
응! 믿을 게요! 꼭 믿을 게요! 정말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