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괴물을 발명하라”는 제목의 글을 쓴 적 있다. 이 제목을 정하기까지 어려워서 여러 다른 제목을 거치다가 결국 이 제목이 나왔다.
폭력과 감정 수업을 듣고 있는 요즘, 괴물을 다시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괴물을 발명하라”가 아니라 다른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야 했다. 물론 그 당시엔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가야 했다. 그땐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한계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지금은 괴물의 발명, 괴물의 구성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괴물을 이야기 해야 한다는 느낌이 든다. 어떻게? 글쎄… 한 5~10년 정도 지나면 관련 글을 새롭게 쓸 수 있을까?
요즘 기말 페이퍼를 겸해서 mtf 트랜스젠더, 혹은 트랜스여성의 폭력성, 남성성과 관련한 글을 준비하고 있다. mtf/트랜스여성과 부대끼며 살거나 자주 만나는 사람이라면 이 측면이 낯설지 않겠지만 mtf/트랜스여성의 남성성과 관련한 논의는 정말 없다. 폭력성과 관련한 이야기는 더더욱 없다. 짐작은 가지만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기는 어렵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2006년 지렁이 활동을 시작할 때 사람들과 만나면 mtf/트랜스여성의 남성성을 다루고 싶다고 얘기하고 다녔다. 그리고 얼추 9년 정도의 시간을 채우고 있다. 9년 정도의 시간을 채우고서야 비로소 고민을 문자로 변형하는 작업을 시도는 할 수 있게 되었다. 9년을 묵힌 작업은 아니다. 그저 9년 전부터 하고 싶다고 했지만 미루다가 이제야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니 괴물을 다른 식으로 다시 접근해야겠다는 고민도 5~10년 정도 시간이 흐르면 글로 번역할 수 있지 않을까?